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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시즌 앞둔 여오현 “챔프전 5차전 5세트 듀스 같아”

입력 | 2022-07-21 03:00:00

프로배구 45세까지 현역 활약… 시즌 후엔 지도자 수업 예정
“첫 목표는 현대캐피탈 우승
외국인 선수 오레올 돌아와
다음 시즌엔 팀 달라질 것”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2016∼2017시즌 개막을 앞두고 여오현 플레잉코치(44·리베로·사진)가 45세까지 현역으로 뛸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한 원로 배구인은 “정말 ‘45세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다른 팀에서 생큐라고 외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 코치는 지난 시즌 이미 한국 나이로 프로젝트 성공을 알렸다. 그리고 2022∼2023시즌에도 만 나이로 기록을 이어간다. 그 대신 새 시즌이 끝나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구르고 또 굴렀던 배구 코트를 떠나기로 했다.

현대캐피탈이 선수단 숙소 겸 연습장으로 쓰는 충남 천안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20일 만난 여 코치는 “이 나이까지 선수로 뛸 수 있을 거라 생각 못 했지만 또 한편으로 이런 날이 오니 뭔지 모를 허전함, 공허함, 섭섭함 이런 감정이 저를 감싸는 것 같다. 이런 단어마저도 정확히 제 감정을 표현하지는 못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후 지그시 눈을 감고 있던 그는 “챔피언결정전 최종 5차전 5세트 듀스 상황을 맞이하는 기분으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듀스 상황에서 승리하려면 연속 2득점이 필요하다. 여 코치가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세운 목표도 두 개다. 여 코치는 “첫 번째 목표는 물론 팀 우승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면서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여오현은 아직도 코트 안에서 날아다니는구나’라는 말을 듣는 게 제가 생각하는 유종의 미”라고 말했다.

실업 배구 시절이던 2000년 삼성화재에 입단한 여 코치는 2012∼2013시즌을 앞두고 ‘전통의 라이벌’ 현대캐피탈로 둥지를 옮겼다. 이후 삼성화재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최태웅 감독(46)과 함께 우승 갈증에 시달리던 현대캐피탈에 두 차례(2016∼2017시즌, 2018∼2019시즌)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최하위까지 성적이 떨어졌다. 여 코치도 코트 안보다 ‘웜업 존’을 지키는 시간이 많았다. 기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후배 리베로 박경민(23)에게 경험을 쌓아줘야 했기 때문이다. 여 코치는 출전 시간 부족으로 순위에서는 빠졌지만 지난 시즌에도 서브 리시브 성공률 55.3%로 이 부문 1위 박경민(51.8%)보다 높은 기록을 남겼다.

여 코치는 “리빌딩을 진행하다 보니 최근 2, 3년간은 팀원들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제 어린 선수들도 한 단계 올라섰고 나머지 선수들도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 새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특히 남다르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가 믿을 만한 친구라 극적인 스토리를 하나 쓸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새 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2015∼2016시즌 ‘스피드 배구’를 함께 추구했던 오레올(36)을 선택했다.

시즌이 끝나면 여 코치는 본격적으로 지도자 준비를 시작한다. 여 코치는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꿈은 이룰 만큼 이뤘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후배 선수들에게 ‘참 좋은 지도자’라는 이야기를 듣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한국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보다 실력이 월등히 앞섰는데 언제부턴가 일본 선수들이 더 잘하더라. 그 차이는 기본기에서 온다고 생각한다”며 “기본기를 중요시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천안=김정훈 기자 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