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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초음속 전투기[횡설수설/정연욱]

입력 | 2022-07-21 03:00:00


‘22 대 198.’

6·25전쟁 당시 한국과 북한이 보유했던 전투기 숫자다. 북한 전투기는 우리의 9배였다. 모두 소련에서 지원받은 실제 전투기였다. 반면 우리는 연락기와 훈련기여서 전투기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참전한 유엔군의 전투기 투입으로 제공권을 되찾으면서 불리한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 공군력이 현대전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실증 사례였다. 제대로 된 전투기 한 대도 없었던 한국이 19일 자체 생산한 초음속 전투기 KF-21(보라매)의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6·25전쟁 발발 72년 만에 이룬 쾌거다.

▷우리나라는 첨단 초음속 전투기를 개발한 세계 8번째 국가가 됐다. 그러나 개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2001년 3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국산 전투기 개발을 선언했지만 시작부터 “무모한 도전 아니냐”는 회의적인 평가도 만만찮았다. 개발 선언부터 사업 타당성 결론까지 무려 9년이 걸렸다.

▷내부 논의가 정리되고 나니 외부에서 문제가 터졌다.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기로 했던 25개 핵심 기술 중 가장 중요한 AESA(능동형 전자주사식 위상배열) 레이더 등 4개의 기술 이전을 거부한 것. 아무리 동맹이라도 최첨단 기술 이전만큼은 꺼리는 냉엄한 현실이었다. 결국 정부는 독자 개발에 나섰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방산업체와 700여 개 중소 협력업체가 힘을 합쳤다.

▷특히 AESA 레이더는 전투기의 ‘눈’에 해당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지금까지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 5개국뿐이다. 우리 기술로 만든 AESA 레이더는 미국 F-35A 전투기에 탑재된 AESA 레이더와 비슷한 수준이고, 중국이나 러시아제보다 성능이 우수하다고 한다. KF-21은 북한 전투기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보다 먼저 보고, 먼저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동아시아 패권을 노리는 중국이 KF-21 개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KF-21의 주요 장비 등 전체 국산화율은 90%에 육박한다. KF-21 개발을 자주국방의 상징으로 볼 만한 대목이다. 그동안 국산 미사일을 개발해도 해외에서 들여온 전투기에 장착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해외 제조사의 까다로운 허가가 필요해서다. 그러나 국산 전투기 개발로 국산 미사일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방산 수출이 확대되면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KF-21 개발은 무려 8조8000억 원이 투입되는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방위력 증강 사업이다. KF-21이 사회 각 부문에 미칠 연관 효과가 기대된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