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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상형 전자담배가 내뿜는 초미세먼지, 일반담배의 12배

입력 | 2022-07-21 13:37:00

흡연자로부터 100m 너머까지 퍼져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전자담배로부터 발생하는 연기가 일반 담배보다 더 많고, 더 멀리 확산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기와 냄새가 적어 상대적으로 건강에 대한 우려가 덜한 전자담배가 실제로는 더 많은 간접흡연을 일으킨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질병관리청과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는 국내 최초로 간접흡연 실외 노출평가 실험연구를 실시해 21일 그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담배의 연기 또는 에어로졸이 이동하는 양상을 카메라로 촬영해 공기 중 초미세먼지 등 유해물질 농도를 측정·분석했다.

그 결과 액상형과 궐련형 전자담배를 흡연하면 공기 중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흡연 전보다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는 타인에게 가장 많은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1개비당 17만2845㎍의 초미세먼지를 발생시켰다. 궐련(1만4415㎍/개비), 궐련형 전자담배(3100㎍/개비)보다 많은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액상형 전자담배는 배출되는 초미세먼지의 확산거리가 궐련형 전자담배, 궐련보다 길었다.

반면 액상형과 궐련형 전자담배의 악취 강도는 궐련보다 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청 관계자는 “전자담배가 타인에게 주는 불쾌감이 적지만 젊은층부터 여성까지 선호도가 더 높아지고 있는데, 해악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담배는 국내 담배 규제도 피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배의 연기에 포함된 성분’을 담뱃갑에 명기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담배 회사들은 “전자담배가 배출하는 건 연기가 아니라 에어로졸”이라 주장하면서 법 적용을 피하고 있다. 담배의 법적 개념이 담뱃잎으로 만든 제품으로 규정돼있어 담배 줄기와 뿌리, 합성니코틴 등으로 만든 전자담배는 규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담배 개념 확대 등을 통해 전자담배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흡연자와 최대한 떨어져야 간접흡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담배 연기는 흡연자로부터 2m 거리부터 줄어들기 시작해 3m가 넘어서야 확연하게 감소했다.

하지만 담배로 인해 발생된 초미세먼지는 그보다 훨씬 먼 거리의 대기 상태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미풍(1.8m/s)이 부는 환경에서 담배 연기로 인한 초미세먼지가 어디까지 확산되는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와 궐련으로 인해 발생된 초미세먼지는 흡연자로부터 100m 이상 떨어진 곳까지 평균보다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다만 궐련형 전자담배는 10m 이상 거리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정상 수준 이하로 감소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전자담배에서도 미세먼지 등 유해 물질이 공기 중으로 확산돼 간접흡연 폐해를 높일 우려가 있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전자담배도 블랙카본 등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더 알리겠다”고 말했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