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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일 만에 ‘입스’ 벗어난 아마추어 당구 최강 김민아, 피아비 꺾고 첫 우승

입력 | 2022-07-21 13:48:00


스포츠에서 심리적 긴장감으로 범하는 실수를 ‘입스(YIPS)’라고 부른다. 실패할 것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거나 주위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평소에 잘하던 동작을 제대로 못하는 현상이다.

여자프로당구(LPBA)에서는 김민아(32·NH농협카드)가 입스에 시달린 대표 사례다. 김민아는 대한당구연맹(아마추어) 소속으로 10년간 활동하며 2019년 서울시장기와 인제오미자배, 무안황토양파배 대회 등에서 우승을 하며 국내 랭킹 1위에 올랐다.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32·블루원리조트) 만이 아마추어 시절 김민아의 유일한 적수였다.

2020년 8월 프로로 전향하기 직전에도 김민아는 아마추어 랭킹 1위였다. 하지만 LPBA 데뷔 이후 첫 대회인 TS샴푸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13개 대회를 거치며 한 번도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다. 김민아보다 4개월 늦게 LPBA에 입문한 피아비가 2개 대회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담이 커졌다. 김민아는 “예전에는 경기에 나갈 때 편안한 마음이었는데 여기(프로)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너무 크다”며 “방송 세트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도 낯설었다. 모든 환경이 나를 위축시켰고 실력 발휘가 전혀 안 됐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입스를 벗어나기까지는 755일이 걸렸다. 김민아는 2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2~2023시즌 하나카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피아비에 4-3(10-11, 11-3, 4-11, 7-11, 11-5, 11-4, 9-4) 역전승을 거두며 프로 첫 우승(상금 2000만 원)을 일궜다. 연맹 소속이던 2020년 6월 26일 국토정중앙배 대회 이후 첫 우승이다.

집념이 빛을 발한 경기였다. 김민아는 4세트까지 피아비에게 세트스코어 1-3으로 몰렸지만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5세트에서 6이닝 만에 11-5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5세트 애버리지는 1.833에 달했다. 김민아는 6, 7세트까지 한 번도 반격을 허용하지 않으며 4-3 역전에 성공했다.

김민아는 “(그동안) 저조한 성적이 반복되면서 선수 생활에 대한 공허함이 들었다. 불안한 마음을 다잡는 게 힘들었다”며 “이번 시즌을 앞두고선 ‘(우승을 하기에는) 이미 늦었으니 천천히 하자’고 마음먹었더니 여유를 찾게 됐다. 경기 운영을 떠나 마음가짐에 대한 깨달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