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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억 유산 때문에” 장애인 동생 살해한 친형 징역 30년

입력 | 2022-07-21 14:41:00


수십억 원대의 유산을 노리고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재판부가 중형을 선고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45)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과다한 소비·지출 등으로 경제적 문제 등이 발생하자 동생의 상속재산을 빼앗을 목적으로 지적장애인 동생에게 마시지도 못하는 술과 수면제를 먹인 뒤 물에 빠뜨려 살해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타인 명의로 범행에 이용할 차량을 빌리고 약물을 준비했을 뿐만 아니라, 지인에게 자신의 알리바이 등에 관한 거짓 진술을 부탁하는 등 적극적으로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적장애로 인해 취약한 상황에 있던 피해자는 부모님의 사망 이후 믿고 따르던 피붙이인 형의 탐욕으로 인해 영문도 모른 채 고통스럽게 사망했다”며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유기만 했다는 비합리적 변명으로 일관할 뿐 진심 어린 반성이나 참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해 참회와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을 상당 기간 돌봐온 점은 참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장기간 복역하게 될 텐데 부디 참회하는 시간을 보내고 동생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형을 살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A 씨는 지난해 6월 29일 오전 1시경 경기도 구리시 소재 하천변에서 술을 마신 동생 B 씨를 물에 빠뜨려 죽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2017년 부모가 세상을 떠난 뒤 약 34억 원에 이르는 상속재산을 대부분 물려받았다고 한다. 이후 동생 B 씨의 후견인은 상속재산분할·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은 A 씨가 B 씨와 함께 술에 탄 음료수를 마신 뒤 지인으로부터 구매한 수면제를 약이라고 속여 B씨가 수면제를 먹도록 했으며 B 씨가 깊은 잠에 빠지자 그를 물로 밀어 빠뜨려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사건 당일 오후 2시 50분경 동생이 실종됐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B 씨는 강동대교 아래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실종신고를 접수한 뒤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B 씨의 행방을 추적한 결과, A 씨 진술에서 수상한 점을 포착하게 되면서 그를 긴급체포했다.

A 씨는 동생과 연락이 안 된다고 주장한 시간에 실제로는 동생과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발견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