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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 지하철역 ‘인쇄식 열차시간표’ 없앤다

입력 | 2022-07-21 15:32:00

내달 일부 환승역부터…고령층 불편 우려도



서울교통공사가 내달 일부 환승역을 대상으로 인쇄된 열차 시간표를 시범철거한다. 21일 1호선 서울 시청역에서 한 어르신이 열차운행 시간표를 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교통공사가 서울 지하철 역사에 인쇄물로 게시하는 열차 시간표를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아날로그 시간표’의 활용도가 낮아진 데 반해 정비 인력과 비용이 과다하게 든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날 “서울 지하철 1~8호선에 붙어 있는 인쇄식 안내표지판을 철거할 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교통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1~8호선 331개 역의 안내표지판 2190개가 대상이다. 현재 지하철역에 붙어 있는 인쇄식 안내표지판은 △첫·막차 시간표(1587개) △열차 운행 시간표(203개) △내부 안내도(400개)까지 총 세 종류다.

공사는 우선 다음달 중 이용객이 많은 일부 환승역을 중심으로 인쇄식 안내 표지판을 시범적으로 철거할 예정이다. △을지로3가(2·3호선) △신당(2·6호선) △건대입구(2·7호선) △교대(2·3호선) △합정(2·6호선) 역까지 각 10개 역사의 안내표지판을 모두 철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다양한 디지털 매체가 등장하면서 인쇄식 안내표지판의 활용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인터넷 포털 등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창구에서 열차 시간표를 볼 수 있게 됐다. 역사 내 모니터를 통해서도 첫차와 막차 시간을 띄워주기도 한다.

특히 인쇄식 안내표지판의 경우 열차 시간표가 바뀌거나 변색될 때마다 교체를 해줘야 해 비용이 많이 들고, 인력도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공사에 따르면 공사가 관리 중인 인쇄식 안내표지판 2190개 모두를 바꾼다고 가정하면 9959만 원의 예산이 든다. 공사 관계자는 “열차 시간이 변경될 때마다 수시로 정비를 하지 않으면 승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어 인력과 예산을 소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어려운 ‘디지털 고령층’의 불편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디지털재단 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의 ‘교통정보·길찾기’ 디지털 서비스 이용 능력은 100점 만점에 61.8점으로 전체 연령대 평균(76.4점)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5세 이상은 44.7점으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역량이 크게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공사 관계자는 “고령층 등이 느낄 수 있는 불편을 인지하고 있다”며 “시범철거 기간에 관련 민원이 얼마나 들어오는 지 살펴본 후 전면 확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