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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외교장관 “포스트 오일 시대, 한국과 기술 개발 등 더 많은 협력 기대”

입력 | 2022-07-21 16:12:00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기반이었던 경제 구조를 다각도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 점에서 한국과 공동 투자, 생산, 기술 개발 등 광범위한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48)이 한국을 찾은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 6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사우드 장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친서를 전달했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박진 외교장관도 만났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족인 사우드 장관은 2019년 외교 장관에 임명됐다. 그는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도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밖에 머물 수 없어 아쉽다”며 “다시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는 왕족 출신으로 유일하게 사우디아라비아의 밖인 독일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다. 주미 사우디대사관 고문, 미국 보잉과 사우디아라비아 합작 회사의 이사장 등을 지냈다. 30대인 빈 살만 왕세자가 집권한 뒤 입각한 젊은 왕족 세대 일원이다.


○ “사우디 ‘포스트 오일’ 정책에 양국 협력 여지 많아”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 

사우디아라비아는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한 여러 정책들을 ‘비전 2030’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 ‘비전 2030’에는 면적만 서울의 40배 규모인 스마트도시 ‘네옴’(Neom)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도 포함됐다.

사우드 장관은 비전 2030이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사업이며, 에너지 화학 및 조선 분야에서 많은 한국 기업들이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프라 외에도 전 세계 혁신가들이 모여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며 “첨단 기술을 통한 혁신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에게나 ‘네옴’의 문은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사우드 장관은 “비전 2030의 한 축이 원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다양화하는 것이라면 다른 한 축은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첨단 기술, 방위 산업과 그린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사우디는 풍부한 태양열을 이용한 재생 에너지 개발을 국내에서 활용하는 것은 물론 해외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우드 장관은 “이집트로 직접 연결되는 전력망을 만들려 하고 있다”며 “이를 중동 다른 국가는 물론 유럽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또 사우디가 40억 달러(약 5조 원)를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재생 수소 발전소를 짓고 있다고도 전했다.

사우드 장관은 경제 협력 외에도 더 많은 한국인들이 사우디를 직접 찾아 ‘진정한 아라비아’를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으로 여행을 가는 사우디인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의 전통은 물론 현대 문화에도 관심을 갖는 사우디인이 많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우디에도 아름다운 사막의 풍경은 물론 홍해 바다와 산호초, 또 최근 일반에 공개된 고대 유적 발굴 현장도 있다”고 했다. 사우드 장관은 “사우디 관광청이 한국에 지사를 열 예정이다. 문화부에서는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잃었던 모멘텀을 되찾기 위해 양국 정부가 협력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 “원유 증산보다 정유 시설 부족이 문제…미국과 관계 문제없어”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동 순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원유 증산을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사우드 장관은 유가 상승 문제에 대해 “OPEC+가 원유 시장을 모니터링 하고 있으며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오히려 가스 시장의 공급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가 배럴당 100달러인데 디젤은 배럴당 200달러에 달한다. 원유 생산보다 원유를 가공하는 정유 시설 부족이 더 문제”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문을 닫은 정유 시설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에너지 전환으로 사업성 부족을 우려해 재투자를 통한 시설 재개를 꺼리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정부가 투자자들이 이런 시설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재생 에너지 공급이 아직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유 시설 부족이 이어지면) 2~3년 내 연료 값이 폭등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사우드 장관은 “사우디는 (하루 생산량) 3000만 배럴이 기술적으로 최대치다. 수요 상승이나 돌발 상황에 대비해 다른 곳에서 생산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관계에 대해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 사이에) 강도 높은(robust) 대화가 오갔지만 5G, 6G 기술 협력이나 우주 탐사 등 많은 분야에서 지속적 협력을 합의했다”며 “전통적 우호 관계에 기반해 향후 협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강력한 우호 관계에 장애물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이후 ‘석유 증산을 기대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3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으며, 그 사이 많은 주제가 오갔다. 대화는 긍정적이었고 양국이 광범위한 어젠다에서 협력할 것임은 분명하다”며 직접적인 답을 하지 않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