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드라기 결국 사임…이탈리아 연정 붕괴 조기 총선 불가피

입력 | 2022-07-21 19:27:00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21일(현지시간) 주요 연정 파트너들이 신임투표를 거부하자 결국 사임했다. 드라기 총리의 사임으로 이탈리아와 유럽에 중요한 시기에 이탈리아의 조기 총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게 됐다.

드라기 총리는 이날 퀴리날레 궁전에서 열린 오전 회의에서 세르히오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사임을 표명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총리의 사임을 “주목했다”면서 드라기 총리에게 관리인 형태로 남아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우파와 좌파, 포퓰리스트 등이 뒤섞인 드라기 총리의 불안한 연정은 이날 연정 파트너들이 ‘의회의 임기를 마치고, 유럽연합(EU)이 후원하는 코로나19 복구 프로그램의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다시 뭉쳐야 한다’는 그의 호소를 거부한 후 붕괴됐다.

드라기 총리는 전날 신임 투표에서 승리했지만 연립정부 3개 주요 정당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결국 사임을 선택했다.

이탈리아 상원은 이날 드라기 내각에 대한 신임안에 대해 찬성 95표, 반대 38표로 통과시켰다. 출석 의원 192명 중 133명이 표결에 참여했고, 상원의원 과반이 찬성표를 던졌다.

드라기 총리는 “우리가 여전히 함께 하고 싶다면 용기와 이타주의, 신뢰를 갖고 이 국가 통합 약속을 재건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연립정부를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가장 큰 연립정부에서 가장 큰 정당 ‘오성운동’(M5S)을 비롯해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당 ‘동맹’이 표결을 보이콧했다.

드라기 총리는 지난 14일 오성운동이 260억 유로(약 34조8000억원) 규모의 민생 법안 표결을 보이콧한 뒤 사임 의사를 밝혔다. 오성운동을 이끌고 있는 주세페 콘테 전 총리는 최근 몇 주 간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두고 드라기 총리와 대립했고, 이에 오성운동 ‘얼굴’ 루이지 디마이오 외무장관이 지난달 의원 수십명을 데리고 탈당하는 등 연정 붕괴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지난 15일 드라기 총리의 사임서를 반려, 의회에서 다시 신임을 묻도록 했다.

국민들은 광범위하게 드라기 총리 잔류를 원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관계와 재계, 노동계 등은 드라기 총리의 사임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고 국민들은 유임을 요구하며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출신의 드라기 총리는 지난해 2월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인한 연정 붕괴로 콘테 전 총리의 자리를 이어 받았다. 유로존 위기를 극복해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탈리아 총리로서도 경제 위기 대응과 우크라이나 지원 등에서 높은 지지를 받아 왔다.

또 이탈리아는 정부 예산안 통과 등 때문에 가을에 선거를 치른 적이 없는데, 이 역시 드라기 총리가 내년 5월 총선 때까지 유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대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드라기 총리는 결국 이날 상원에서 과반의 신임을 얻었지만 주요 연정의 지지를 받지 못한 만큼 사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21일엔 하원 표결이 예정돼 있다.


[로마=AP/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