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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단 인프라 국비로 구축… 주64근무 허용

입력 | 2022-07-22 03:00:00

民 끌고 官 지원사격 ‘반도체 총력전’




정부가 세제 지원, 규제특례, 노동규제 완화 등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에 나서기로 한 건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국내 반도체 산업계의 투자 규모나 정부 지원이 경쟁국보다 미흡해 자칫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불거진 데 따른 것. 산업계는 정부가 발표한 각종 규제 완화를 환영하면서도 경쟁국보다 세제 지원 규모 등이 작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 세제·인프라·인력 등 종합 지원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24.2% 늘어난 6000억 달러(약 787조 원)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아우르는 반도체 생태계는 여전히 취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 같은 정부 차원의 반도체 산업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경쟁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반도체 지원을 위한 별도 법안을 마련해 대규모 재정 투입을 준비 중이다. 미국은 향후 5년간 68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EU는 지난해 추경을 통해 7조4000억 원의 반도체 산업 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일본도 2030년까지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반도체 분야에 56조 원을 투입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21일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산업 발전전략은 일종의 민관 총력전 형태를 띠고 있다. 우선 산업계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약 340조 원을 투자한다. 정부는 세제, 인프라, 노동, 인력 분야에 걸쳐 후방 지원에 나선다. 대규모 신증설이 진행 중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전력, 용수 등 필수 인프라 구축비용을 국비 지원한다. 또 반도체 공장에 특례를 적용해 용적률을 350%에서 490%까지 높여준다. 이를 통해 평택캠퍼스 클린룸은 12개에서 18개로, 용인클러스터 클린룸은 9개에서 12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대한 공익 침해 등의 사유가 없으면 반도체 산단 조성 인허가의 신속 처리를 의무화한다. 앞서 용인클러스터의 경우 인허가 지연으로 2017년 12월 조성계획이 발표된 지 4년 6개월이 지나서야 착공에 들어갔다.

반도체 대기업의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6∼10%에서 8∼12%로 높이고, 반도체 연구개발(R&D)에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 주 52시간 근무를 최대 64시간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반도체 관련 학사과정 규제를 완화해 향후 10년간 15만 명 이상의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계획도 포함됐다.
○ 산업계 “경쟁국보다 지원 규모 작아”
재계와 경제단체는 정부 대책에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미국 등 경쟁국과 비교하면 지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 정원 규제를 완화하고 노동·환경규제도 대폭 개선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기업 설비투자 세제 지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류성원 전경련 산업정책팀장은 “현재 미국은 반도체 법안(Chips Act)에서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최대 40%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정부 지원은 이보다 턱없이 낮다”고 말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