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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함께 떠나요! 세계지리 여행]자로 잰 듯 반듯한 아프리카 국경선에 숨겨진 ‘슬픈 이야기’

입력 | 2022-07-22 03:00:00

직선이 두드러지는 아프리카 국경선, 지형따라 긋는 일반적 모습과 달라
과거 유럽의 식민지배 영향이 원인
불필요한 충돌없는 자원 수탈 위해 민족 경계 무시하고 직선으로 나눠
당시 국경선은 오늘날까지 내려와 국가 내 부족끼리의 갈등 일으키고
각종 전쟁과 내전으로 이어져



사진은 르완다 내전에서 희생된 어린이들의 사진 모음. 동아일보DB


7월 27일은 휴전협정일입니다. 69년 전 6·25전쟁의 휴전협정이 맺어졌고 그때부터 분단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3조에 따라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모든 곳이 우리의 영토지만, 분단 상황은 우리를 군사분계선 아래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지리상, 헌법상 우리나라는 중국, 러시아 두 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분명히 국경선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경 지역은 앞서 말한 제한으로 인해 우리가 자유롭게 갈 수 없는 북한에 있습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국경선이 없는 셈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지리 이야기는 바로 이 국경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 어색하게 반듯한 아프리카 국경선

자연지형에 따라 국경선이 구불구불한 유럽과 달리 아프리카는 많은 나라의 국경선이 일자(一字)로 그어져 있다. 유럽 열강이 민족 구성을 감안하지 않고 국경선을 정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프리카에는 르완다 내전 등 민족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동아일보DB

유럽의 국경선을 살펴볼까요. 일반적으로 국경선은 지형을 따라 그어집니다. 건너기 어려운 큰 강이나 산맥을 경계로 인간의 생활권이 나뉘고 민족이 나뉘며 나아가 국가의 경계가 나뉘게 되죠. 그래서 많은 경우 강이나 산맥, 호수, 사막 등이 국경이 되며 그런 지형을 따라 그어진 국경선은 구불구불하게 매우 복잡한 형태가 됩니다.

예를 들어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선은 라인강을 따라 구불구불 그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아프리카의 국경선을 보세요. 지형을 따라 복잡하게 그어진 일반적인 국경과 달리 자로 잰 듯 반듯한 직선의 국경선이 두드러집니다. 이집트와 리비아의 국경선이나 알제리와 말리, 니제르의 국경선, 콩고민주공화국과 앙골라의 국경선 등이 그러합니다. 아프리카에는 직선의 국경선이 매우 흔합니다. 이는 다른 국가나 대륙에서는 보기 힘든 매우 독특한 현상이며 이런 직선의 국경선에는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 식민 지배가 남긴 직선 국경선
18세기 산업혁명의 시작과 함께 유럽의 국가들은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막대한 원료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금, 고무, 상아 등 자원이 풍부한 아프리카는 유럽 국가들에 좋은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쳐 유럽 각국의 아프리카 수탈이 이뤄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유럽 국가들이 서로 충돌하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잦은 충돌로 인한 피해를 우려한 유럽 각국은 1884년과 1885년에 걸쳐 독일의 베를린에서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나누는 회담을 개최합니다. 이때 유럽 국가들은 아프리카의 식민지들을 자신들의 편의대로 재단해 직선을 경계로 나누게 됩니다. 기존 민족 경계나 자연 경계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편리함과 힘의 논리에 따라 식민지 경계를 나눈 것입니다. 이때 나누어진 식민지의 경계가 대부분 현재의 국경선으로 남아 오늘날 아프리카의 국경선이 직선 형태가 많은 이유입니다.
○ 직선의 국경선이 만든 내전

식민 지배가 남긴 직선의 국경선은 오늘날까지 아프리카에 큰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바로 잦은 내전입니다. 아프리카가 풍부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발전이 더딘 이유는 잦은 내전 탓이 큽니다. 아프리카에는 본래 1000여 개의 다양한 부족이 각자 부족 국가를 이루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아프리카에는 55개의 국가만이 있습니다. 1000여 개의 서로 다른 부족 중에는 함께 국가를 이루며 살아가기엔 사이가 너무 나쁜 부족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유럽의 국가들이 편의대로 그어버린 국경선이 이들을 하나의 국가로 묶어버리니 다툼이 잦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로 인한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내전으로는 ‘르완다 내전’과 ‘콩고 전쟁’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중부에 위치한 르완다는 벨기에의 식민 지배를 경험했습니다. 벨기에는 르완다를 지배할 때 르완다의 투치족에게 권한을 주어 또 다른 르완다 부족인 후투족을 억압하고 관리하도록 했습니다.

당연히 투치족과 후투족의 사이는 나쁠 수밖에 없었고 그 갈등은 20세기 후반까지 이어졌습니다. 1994년 르완다에서는 급진적인 후투족에 의해 투치족 등이 3개월 동안 100만 명이나 학살당하는 르완다 대학살이 발생했습니다. 이후 르완다 내전은 이웃 나라인 콩고민주공화국까지 확산해 콩고 전쟁이 벌어집니다. 1998년에서 2004년에 걸친 전쟁으로 무려 600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합니다. 이는 1, 2차 세계대전 이후로 인류가 겪은 가장 큰 규모의 전쟁 피해였습니다.
○ 여전히 진행 중인 식민 지배의 상처
아프리카를 둘러싼 분쟁은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기존 부족 간 갈등에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종교 분쟁까지 더해져 분쟁지역 주민들은 눈물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서구의 선진국들은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부채 의식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해 일정 부분 지원을 하고 있지만 식민 지배가 남긴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국경선을 마음대로 그은 사람들은 과거 유럽 사람들인데 그 피해는 애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셈입니다. 부디 이들 간의 총성이 멈추고 평화의 웃음꽃이 피어나길 기원합니다.



마포중 안민호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