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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박재명]자율방역이 각자도생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입력 | 2022-07-22 03:00:00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자율’방역은 ‘과학’방역과 함께 윤석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에 어떻게 대응할지 그 지향점을 보여주는 슬로건이다. 이 단어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막판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대폭 풀어줄 때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윤 정부가 인수위 때부터 ‘자율책임 방역’이나 ‘자율중심 방역’ 등 다양하게 활용하면서, 이젠 현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됐다.

자율은 과학과 마찬가지로 단어 자체의 방향성이 없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자기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어떤 일을 하는 것’이다. 타인의 지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감염병 예방에 나서는 걸 자율방역이라고 지칭할 뿐이다.

2년 넘게 ‘사회적 거리 두기’의 구속이 지긋지긋했던 국민들은 처음엔 자율방역에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7월 들어 코로나19 환자가 매일 7만 명 넘게 발생하고, 8월 중순엔 하루 3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자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는 중이다.

아이 교실의 옆자리 학생들이 속속 코로나19에 걸리는데도 교육부가 내놓은 대책은 “방학 전까지 기본방역 체계를 지키고, 방학 기간에는 학원 방역을 점검하라” 정도다. 환자 수가 갑자기 늘어나는데 방역당국의 아침 브리핑은 “마스크를 잘 쓰고, 밀폐 공간에 가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그게 자율방역의 실체라면 이번 코로나19 유행 대책도 결국 ‘각자도생’의 되풀이가 될 것이란 시중의 걱정도 이해할 만하다.

정부가 이 단어를 거리 두기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도 혼란을 키운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13일 현 정부의 첫 코로나19 대책을 내놓으며 “국민 생활에 광범위한 제한을 가져오는 사회적 거리 두기보다 사회 각 분야별 자발적인 방역 실천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규제하지 않겠다는 것 외에 무엇을 하겠다는 메시지가 없다.

자율적인 방역을 위해선 우선 정보가 필요하다. 정확하게는 ‘업데이트된 맞춤형’ 정보다. 이제 와서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2월부터 되풀이하던 “마스크 쓰라”는 얘기를 한다면, 귀담아들을 국민이 없다. 하지만 지금도 정부의 코로나19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의 증상’, ‘올바른 마스크 착용 방법’ 등 2년 전 게시된 낡은 정보만 올라와 있다.

맞춤형 정보라는 게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참석자 전원이 귀담아들은 코로나19 관련 얘기가 있다. 그는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은 통상 7개월 정도 자연 면역을 유지한다”며 “백신 추가 접종은 그 이후로 고려해 보라”고 충고했다. 전원 코로나19 유경험자였기에 모두에게 최신 상황을 담은 맞춤형 정보가 된 것이다.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은 거의 사라졌다. 정확한 정보만 있다면 국민들의 자율방역이 성공적일 수 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선 2년 반 지난 낡은 코로나19 매뉴얼 대신 지금 필요한 정보를 담은 새 방역수칙 마련이 선행되어야만 할 것이다.

박재명 정책사회부 차장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