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박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고향을 찾았다. 오랜만에 실내에서도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지내다보니 해방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한국 생활에 익숙해진 시선으로 몽골을 바라보니 예전에 몰랐던 것들이 보였다.
한국과 몽골을 굳이 비교한다면, 한국은 경제 상황이나 정부 기관 및 회사의 경영 시스템 등이 웬만큼 자리 잡혀 있다. 모든 것이 일정 수준에 오른 만큼 언뜻 보면 기회는 많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사회 초년생들은 예전 세대에 비해 꿈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듯싶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도 미래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오롯이 노동의 보상만으론 한국 사회에서 번듯한 내 집 마련은 물론 목돈 만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청년들의 취업 선택에 있어 다소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다. 필자와 만난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3D업종에서 일을 하는데 왜 젊은 20, 30대가 안 보이냐”고 이야기한다. 물론 가급적 쉽고 편한 일을 하려는 선택을 뭐라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경쟁력을 솔직히 직시하고 만약 당장 좋은 직업을 갖기 어렵다면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근면함과 성실함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개인적으로 ‘청년들 누구도 어려운 노동 환경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도 생긴다.
무엇보다 몽골은 모든 것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특히 수도 울란바토르는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다. 학교, 마트, 아파트 등이 들어서면서 도시 전체가 새로 태어나고 있다. 울란바토르를 처음 구경하는 외국인들은 이곳을 엄청난 기회의 땅으로 볼 수도 있다.
필자는 이번에 몽골에서 5년 가까이 지낸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그 부부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그들은 몽골에서 지낸 5년이 자녀들의 진로에 큰 영향을 줬다고 했다.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웠더라면 사교육비로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몽골에선 같은 비용으로 국제학교에 보낼 수 있었고, 덕분에 아이들은 영어를 수준급으로 하게 되었다. 또 국제고를 졸업한 뒤에는 미국의 유명 대학에 다소 쉽게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에서 투입하는 사교육비를 다른 나라에서 투입해 좋은 입시 성과를 냈음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이는 비단 몽골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한국의 많은 학부모들이 이미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연고가 없으면 실천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가치관과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미국의 방송 역사상 가장 오래 방영 중인 ‘심슨 가족’에서도 한국의 지나친 교육열에 대해 다룬 적이 있을 정도다. 필자 역시 한국에서 학부모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그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특히 한국 교육이 창의력 등을 높이기보다는 여전히 주입식, 암기식 교육으로 이뤄져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필자의 한국인 지인들은 언제 쓰일지도 모를 것들을 공부하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깝다고들 한다. 한국이 교육에 투자한 만큼 성과를 내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