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팀타율-홈런 1위인데도 2위 키움과 0.5게임차 3위 金 “다들 시키지 않으면 안해”… 팀내 최고참으로 ‘정신력’ 질타 “우린 더 많이 이길 수 있는 팀”
홈 플레이트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김현수. 전반기를 3위로 마친 팀 순위가 마음에 안 든다는 김현수는 “후반기에는 더 이겨야 한다”고 했다. LG트윈스 제공
“아니에요. 많∼이 게을러요.”
프로야구 LG 최고참 김현수(34)는 14일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치른 뒤 후배들에게 공개적으로 ‘게으르다’고 일침을 날렸다. 팀 성적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다. 3위 LG는 이날 잠실 안방경기에서 KIA를 6-2로 꺾고 2위 키움을 0.5경기 차로 추격했다. 팀 타율(0.270)과 홈런(72개) 모두 1위다.
올스타전 이후 첫 팀 훈련을 시작한 19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현수에게 ‘기준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현수의 대답은 ‘단칼’이었다.
LG에는 이미 30대 중반인 김현수보다 올 시즌 전반기에 확실히 더 잘 쳤다고 평가할 만한 타자가 없는 게 사실이다. 김현수는 ‘꼰대’ 노릇도 사양하지 않았다.
“저는 후배들보다 멘털은 확실히 강해요. 어렸을 때부터 정말 열심히 연습했어요. 준비를 많이 했고, 또 안 아팠고, 조금 아파도 참고 했고. 그것 빼고는 후배들보다 나은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후배들도 좀 더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다 정(情)이 있으니 듣기 싫은 소리도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번에는 ‘철벽’이 돌아왔다.
“정보다는 이기고 싶어서요. (경기장에) 나가면 일단 게임을 이기려는 마음이 같아야 돼요. 9명이 수비 나가서 한 명이라도 자기 플레이를 안 하거나 조금만 느슨한 플레이를 하면 게임이 망가져요. 저는 너무 이기고 싶으니까 그런 플레이가 나오면 바로 잔소리가 나가는 거죠.”
“그냥 이기면 되는 겁니다. 홈런 때문에 이길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오히려 점수가 더 안 나면 조마조마한 게 더 힘들죠.”
전반기를 마치며 가장 마음에 안 들었던 부분도 ‘더 많이 이기지 못한 것’이었다.
“다른 팀들이 워낙 잘했으니 ‘우리도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후반기는 전반기보다 경기 수가 적어 경기가 더 타이트해져요. 진짜 완벽한 순위 싸움에 들어가야 하고요. 저희는 현상 유지가 아니라 더 올라가야 하는 팀이잖아요.”
본격적인 순위 싸움에 들어가기 전 잠시 한숨을 돌리는 시간이 바로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이다. 1년에 144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에서 대부분의 선수, 코칭스태프는 이 일주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별명이 ‘(타격) 기계’인 김현수는 생각이 달랐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