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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재 덮인 교량 케이블 ‘전자기장 청진기’로 검사한다

입력 | 2022-07-22 03:00:00

케이블로 교각 연결한 사장교
구조물 분해 없이 손상여부 감지
로봇이 센서 운반해 안전성 높여



사장교 케이블 손상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전자기 센서와 견인 로봇.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제공


인천 영종도와 송도를 잇는 인천대교는 국내에서 가장 긴 사장교로 꼽힌다. 사장교는 교각 위에 세운 주탑에 여러 개 케이블을 사선으로 걸친 형태의 다리로, 케이블이 교량 하중을 지탱하는 원리다. 사장교를 지지하는 케이블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전체 교량 안전이 위협을 받게 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구조연구본부 조창빈 선임연구위원 연구팀은 사장교 케이블을 분해하지 않고도 손상을 사전에 감지하는 새로운 검사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육지와 섬을 잇거나 만을 가로지르는 장대 교량들은 대부분 사장교처럼 주탑과 주탑 사이에 케이블이 지지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주탑 간 거리가 300∼800m에 이를 정도로 멀어 교량을 지지하는 케이블 역할이 중요하다. 해상 교량은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바람 때문에 부식되기 쉬워 평소 유지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사장교의 케이블 구조물은 100m에 이르는 높은 주탑에 설치돼 있고 보호재로 단단히 덮여 있어 직접 눈으로 점검하는 데 한계가 많았다.

연구진은 청진기로 몸속 상태를 알아내듯이 전자기장을 이용해 보호재 속에 들어 있는 케이블을 꺼내지 않아도 부식과 손상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케이블은 자기장에 반응하는 금속이지만 그 겉을 감싸고 있는 보호재가 자기장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물질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높은 주탑 가까이에 있는 교량 케이블 상단부까지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비파괴검사 센서를 싣고 올라가는 로봇도 개발했다. 작업자가 직접 높은 위치까지 센서를 운반할 필요가 없어 안전사고 위험을 현저히 낮췄다.

건설연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국내 비파괴검사 장비 업체인 스마트제어계측에 이전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정확도가 확보되면 사장교 외에도 케이블로 지탱되는 현수교나 출렁다리(관광용 보도현수교)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