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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의 신파 걷어내고 해상전투는 더 정밀하게

입력 | 2022-07-22 03:00:00

27일 개봉하는 ‘한산: 용의 출현’
학익진-거북선 등장 장면 압도적
감독 “사료+추론으로 거북선 구현”
박해일 절제된 연기도 위엄 더해



27일 개봉하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조선 수군의 주력선인 판옥선 수십 척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왜군을 포위한 뒤 공격하기 위해 학이 날개를 펼친 듯한 학익진(鶴翼陣) 전술을 펼치는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국내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 흥행(1761만 명 관람) 기록을 세운 영화 ‘명량’(2014년)의 김한민 감독. 그는 이번에도 한국 관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짚어냈다. 영화는 8년 전보다 절제되고 세련돼졌다. ‘국뽕’은 적당할 만큼만 넣었고, ‘명량’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 신파와 비장함을 최대한 걷어냈다. 해상 전투를 구현한 장면은 한층 세밀하고 입체적으로 담겼다. 8년 만에 나온 ‘명량’ 후속편, ‘한산: 용의 출현’ 이야기다.

27일 개봉하는 영화는 임진왜란 당시인 1592년 7월 한산섬 앞바다에서 전라좌수사 이순신, 경상우수사 원균 등이 이끈 조선 수군이 왜군 주력 부대를 무찌른 한산대첩을 다룬다. ‘명량’이 다룬 명량대첩에서 5년을 거슬러 올라간 것.

압권은 판옥선이 주력인 조선 수군과 안택선이 주력인 왜군이 한산도 앞바다에서 정면대결을 펼치는 장면.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1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 감독은 “‘명량’ 때 겪은 시행착오가 이번 영화를 찍는 데 큰 힘이 됐다”며 “당시와 달리 물에 배를 띄워 찍지 않고 스케이트장에 세트를 만들어 촬영했다”고 했다.

이순신이 거듭 고심하며 그려낸 해상 작전지도 격인 ‘학익진도(鶴翼陣圖)’가 실전에서 구현되는 모습은 장관이다. 조선 수군의 전략무기격인 거북선이 등장할 때는 귀를 때리는 웅장한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하는 용이 출현하는 듯하다.

김 감독이 무엇보다 공을 들인 건 고증이다. 특히 거북선 고증을 위해 각종 사료를 섭렵했다. 그는 “거북선은 2층인지 3층인지, 각이 졌는지 아닌지 자료마다 달라 조사하면 할수록 헷갈리더라”며 “각종 사료를 기반으로 한 다음, 실제 전장에서 어떤 형태의 거북선이 효용성이 높을지를 추론해 가장 적합한 거북선을 탄생시켰다”고 했다. 사실과 추론을 더해 거북선을 세공해낸 다음 위엄 있는 방식으로 등장시킨 덕에 영화 주인공이 거북선으로 보일 정도다.

화포 등 무기 발사 음향과 긴장감을 더해줄 사운드가 뒤섞여 배우들 대사가 잘 안 들릴 수 있는 해전 장면에서 자막을 넣는 과감한 선택을 한 점도 눈에 띈다.

김한민 감독(왼쪽), 박해일

영화가 과도하게 비장해지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한 일등공신은 이순신 역의 배우 박해일이다. ‘명량’의 최민식이 용맹스러운 이순신을 강조했다면 박해일은 지략가 면모를 부각한다. 김 감독은 박해일에게 촬영 전 “연기를 안 하는 듯 연기하되 에너지는 잃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고난도 제안을 했다. 실제로 박해일의 대사량은 주인공 치고는 매우 적은 편이지만 눈빛과 특유의 분위기로 절제된 위엄을 보여준다. 이날 인터뷰에서 박해일은 “가만히 서있는 것조차도 하나의 대사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했다.

왜군 수군 최고 사령관 와키자카 역의 변요한, 원균 역의 손현주, 수군향도 어영담 역의 안성기 등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와 긴장감 넘치는 호흡, 8년간 칼을 간 듯한 김 감독의 연출력이 버무려지며 전편을 뛰어넘는 명작이 완성됐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