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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美가 요청한 반도체동맹 ‘칩4’ 참여… 정부, 한국 조건 담아 역제안 계획

입력 | 2022-07-22 03:00:00

정부관계자 “美측 제안, 실체 모호
모임 형태-성격 등 업계의견 수렴
中반발 등 손익따져 美에 제시”




정부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동맹인 이른바 ‘칩(Chip)4’ 참여를 결정하기에 앞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우리 조건을 담아 역제안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다음 달까지 칩4 참여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시점에 대해서도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칩4 참여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있는 정부는 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들과 재계 입장 등까지 폭넓게 들어본 뒤 우리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다.

21일 정부 핵심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칩4와 관련해 미 측이 제안한 계획의 실체가 모호하다”면서 “그 모임의 형태나 모임에서 어떤 내용을 다룰지, 어느 수준으로 모임의 성격을 규정해야 할지 등을 정리해 우리가 미국에 다시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칩4는 한국과 미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반도체 동맹이다. 미국은 최근 우리 정부에 동맹 참여 여부를 다음 달까지 알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칩4 참여 시 경제안보 관점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우리와 일본, 대만의 입장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나 산업 구조적인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일본, 대만에 비해 이 동맹 참여로 인한 우리 손실이 훨씬 더 클 수 있다는 것. 실제 중국(홍콩 포함)은 국내 반도체 수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중국에 자체적인 반도체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칩4에 가입했다간 주요 판매처인 중국 시장을 잃을 수 있다는 리스크가 크다”면서 “기업들이 직접 나서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보니 현재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대응 방안 마련을 일단 고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은 우리를 겨냥해 칩4 관련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와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칩4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면서 “(중국) 시장과 단절하는 것은 ‘상업적 자살 행위’와 다름없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일단 다음 달 초·중순까진 가급적 칩4 참여에 따른 득실 등 분석을 마무리한 뒤 미 측에 우리 제안을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일단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경청하고 있다”면서도 “칩4가 한미 간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연결되는 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경제적 득실만으로 우리 입장이 결정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