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파업] 어제 첫날 투표율 70% 넘어
21일 오전 6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에 설치된 38개 투표소에서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조)의 전 조합원 대상 투표가 시작됐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짓기 위해 찬반을 묻는 투표다.
대우조선지회에 따르면 대우조선 정직원 약 8600명 중 4726명이 투표권을 갖고 있다. 투표는 각 현장의 휴게 시간에 맞춰 ‘오전 6∼8시’와 ‘낮 12시∼오후 1시’ 등 투표소마다 3시간씩 진행됐다. 투표율은 오후 1시 기준으로 68%를 넘겼고 퇴근 시간대엔 7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오후 1시까지 진행되는 투표에서 참여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금속노조 탈퇴 안건은 통과하게 된다.
근로자들은 출근길에, 식사하러 가던 길에 짬을 내 투표용지를 들고 기표소로 향했다. 투표에 참여한 근로자 A 씨는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려면 당장 불법 점거가 끝나야 하는데, 금속노조가 하청지회 입장만을 반영해 피해가 너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근로자 B 씨는 “1독(dock)을 되찾고, 진수(進水)하기 위해서는 투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이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노노(勞勞)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측은 내부 규정상 투표를 통한 탈퇴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민노총은 이날 배포한 문건에서 “지회(대우조선지회)의 집단탈퇴 투표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 무의미하고 현장 혼란만 가중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탈퇴에 찬성한 정규직 노조원들은 개별적으로 현 노조에서 탈퇴한 뒤 새 노조를 조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노조가 금속노조 산하 지회보다 다수가 되면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도 노조원들이 같은 방식으로 금속노조와 결별하고 기업형 노조를 만들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