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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만 남은’ 대우조선 사태…‘8000억 손배소’ 갈등 불씨 여전

입력 | 2022-07-22 20:38:00


권수오 녹산기업 대표(왼쪽)와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에서 협상 타결 합의문을 발표한 후 악수하고 있다. 2022.7.22/뉴스1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사태가 대우조선, 하청업체, 근로자, 지역사회 모두에 피해를 남기고 22일 마무리됐다. 재계와 노동계 모두에서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양측이 끝까지 대립했던 ‘민형사상 소송 면책 여부’는 여전히 갈등의 불씨를 살려두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 비노조원 평균 인상률 못 미치는 4.5%에 합의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와 하청지회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4.5%로 최종 합의했다. 하청지회는 지난달 2일 파업에 들어갈 당시만 하더라도 ‘임금인상률 30%’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선박점거 농성에 따른 대우조선과 지역사회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요구안이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파업에 참가한 하청지회 소속 근로자들은 21개 협력업체의 120여 명 정도다. 대우조선 협력업체 직원 전체 1만 2000여 명 중 98%는 파업 전 이미 개별 임금 협상을 끝낸 상태였다. 이들의 임금 인상 수준은 대부분 4~8%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하청지회 측은 51일간 파업하고도 비노조원들의 평균 인상률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받아든 셈이다.

폐업 협력업체에 소속된 하청지회 조합원들의 고용승계는 ‘계약종료회사 노동자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고용하기 위해 노사는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를 별도 합의서에 명시했다. 협력사협의회 측은 이 부분에 대해 전날까지도 난색을 표했지만 더 이상의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승계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합의안에는 내년 설부터 명절과 하기휴가 때 각각 50만 원, 40만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과 ‘성과금은 대우조선해양 노사협상 결과에 따른다’, ‘근로계약기간은 1년을 기본으로 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별도 합의서에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와 노동자 임금체계 개편 등 노사 간 신뢰 회복을 위한 제반 후속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가칭’ 상생협력 TF팀을 구성 운영한다”고 명시했다.
● 8000억 원 대 피해, 손배소로 갈등 이어질 수도
51일간의 파업으로 인해 대우조선은 총 8165억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자체 추산하고 있다. 매출감소 6468억 원, 고정비 지출 1426억 원, 지체보상금 271억 원 등이다. 여기에 선박 인도 지연에 따른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 추후 산업은행 등의 유동성 지원 축소 우려까지 겹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의 인수합병(M&A)이 무산된 후 추가적인 인수 후보자를 찾는 데도 이번 파업은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은 지난달 하청지회 집행부 5명을 업무방해 협의로 경찰에 형사고발했다. 파업이 끝난 만큼 지금까지의 피해를 산정한 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손해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경영진이 명백한 피해를 입고도 이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 조치될 가능성이 커서다. 하청지회가 요구 조건으로 내건 ‘부제소’를 끝까지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다.

협력업체들과 하청지회 간 비공개 합의가 있었다고 해도 대우조선 측과의 법적 문제는 별도로 다뤄질 수밖에 없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도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판단으로 (손배소 문제는) 과제로 남겼다”고 했다. 대우조선이 실제 하청지회 근로자들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할 경우 어렵게 봉합된 노사갈등이 다시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도 나온다.

고용부도 이날 합의안 발표에 대해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파업 과정에서 발생한 형사 사건은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교섭 타결과 별개로 현재 경찰과 고용부에 접수된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 형사사건은 원칙대로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과 관련한 노사 협상에 대해서는 “협의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