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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사태 해결 돋보인 尹대통령…고비마다 메시지로 협상 유도

입력 | 2022-07-22 23:34:00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7.21/뉴스1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시작된 지 50일만인 22일 노사간 교섭 타결로 종료된다. 두 달여 가까이 지속된 파업이 극적인 노사 합의로 마무리된 데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일련의 메시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이날 오후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협상 후 공식브리핑에서 “22일째 밤낮없이 교섭해 잠정합의안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하청지회는 지난 6월2일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같은 달 18일 대우조선 선박 건조 공간인 1도크를 점령했고, 22일 노조원 7명이 도크에서 건조 중이던 30만톤급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 점거 농성에 나서면서 강경 투쟁에 들어갔다.

파업 초반만 하더라도 대통령실이 개입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었으나,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윤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면서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작은 지난 18일이다.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 산업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고 말한 것이 공개되면서다.

윤 대통령이 사태에 우려를 표하자 한 총리는 기획재정부, 법무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5명과 긴급회의를 하고 대책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이었다.

윤 대통령은 다음날인 19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우조선 파업과 관련해 공권력 투입까지 생각하고 있나, 시기는 어느 정도로 보는가’란 질문에 “산업현장에 있어서 노사관계에 있어, 노든 사든 불법은 방치되거나 용인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강경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는 대우조선 사태와 관련한 윤 대통령의 첫 직접적인 발언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상당히 강경한 어조라고 평가했다.

같은 날 진행된 국무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의 뜻이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대우조선해양 사내하청노조의 불법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어렵게 회복 중인 조선업과 또 우리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고 지역사회, 그리고 시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불법적이고 위협적인 방식을 동원하는 것은 더 이상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던 후 현장에는 경찰력이 증원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강제 진압이 미칠 향후 파장을 고려하며 신중한 모습이었다.

지난 2011년 유성기업 사태 이후 정부가 노조의 강성 파업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한 사례가 없었던 점, 대우조선 파업현장에 ‘폭발 위험성’이 큰 시너 등이 존재해 공권력 투입 시 인명 피해 가능성이 있단 점 등을 근거로 윤 대통령의 발언을 타협을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압박으로 봐야 한단 것이었다.

대통령실에서도 “윤 대통령의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는 발언이 반드시 공권력을 투입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하며 협상을 위한 측면 지원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다음 날인 20일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답변을 하지 않겠다”며 실제 고심 중임을 드러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대통령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전날(21일) 또다시 같은 질문을 받은 윤 대통령은 보다 완화한 입장을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빨리 불법 행위를 풀고 정상화시키는 게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여름 휴가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서도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언급하면서 “역대 대통령들이 여름 휴가를 저도를 계속 갔다고 하는데 거제도라서, 생각을 하고 있다가 대우조선 때문에 어떻게 할지 지켜보고 있다”며 조속한 사태 해결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지난 19일 공권력 투입 시사 발언부터 조속한 사태 해결을 국민 모두가 바란다고 한 21일까지 사흘간의 ‘밀고 당기는’ 듯한 발언이 사태 해결에 주요하게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리고 윤 대통령의 대우조선해양 사태 발언이 나온 지 사흘 만인 이날 노조 간 협상이 타결됐다.

대통령실은 대우조선해양 사태 해결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법과 원칙’이란 국정 운영 기조가 실제로 확인됐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법치’를 넘어 ‘정치력’을 발휘했다는 데서도 윤 대통령이 향후 국정 운영에 있어 자신감을 얻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가장 중요한 것은 취임 두 달여 만에 30%대 초반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반등 모멘텀을 확보한 데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흔히 말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대통령의 발언이 사태 해결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의 적극적인 소통 주문과 사태 해결, 정책의 힘 등이 보다 단단하게 맞물리면서 보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이 19~21일 실시한 7월 셋째 주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2%로 직전 조사 결과와 같았다. 이전까지 보인 큰 폭의 하락세는 일단 멈춘 셈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