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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믿음도 그 시작은 미지의 세계 알고싶은 욕망[책의 향기]

입력 | 2022-07-23 03:00:00

◇우리는 모두 조금은 이상한 것을 믿는다/한국 스켑틱 편집부 엮음/384쪽·1만7800원·바다출판사



1969년 7월 20일 달에 도착한 미국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이 성조기를 바라보고 있다. 지구평면설 지지자들은 달에 대기가 없는데 성조기가 펄럭이는 것처럼 보인다며 달에서 찍은 둥근 지구 사진을 포함해 당시 촬영한 사진들은 모두 조작이라고 주장한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식물에게 상냥한 말을 들려주면 잘 자란다, 물에게 잘 대해주면 육각수가 되어 몸에 좋다, 태어난 날짜나 별자리가 운명을 결정한다….”

주변에서 흔히 듣는 ‘이상한’ 믿음이다.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지만, 그 문제라면 “에이…” 하며 손을 내저을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이런 건 어떤가. 혈액형이 성격을 결정한다, 밀가루는 몸에 나쁘다, MSG(글루탐산나트륨)는 뇌를 흥분시킨다, 음이온이 나오는 물질을 가까이 하면 건강해진다…. “맞는 얘기 아냐?”라는 반응도 나올 것이다. 그렇지만 과학의 확대경을 들이대면 모두 신뢰할 수 없는 믿음이다.

혈액형이나 별자리가 성격이나 운명과 관계없음은 방대한 통계와 실험으로 진즉에 입증됐다. 밀가루에 들어있는 글루텐은 셀리악병(소장에서 발생하는 유전성 알레르기 질환)의 원인이 되지만 한국인 중 이 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5% 미만이고 지금까지 환자는 단 한 명이다. MSG는 물에 녹아 글루탐산이 되는데 인체는 혈액뇌장벽이라는 차단시스템을 통해 뇌가 스스로 만들어낸 글루탐산만 받아들인다. 음이온이 나온다는 물질들은 인체에 해로운 오존이나 방사선을 내뿜을 뿐이다. 이런 식으로 대자면 한이 없다.

과학의 관점에서 사회적 맹신을 비판적으로 살펴온 저자들의 목적은 어리석은 믿음을 비웃는 게 아니다. 이런 믿음이 인간 두뇌의 고유한 특징에서 나온다는 점을 아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는 모두 불확실한 상황에서 패턴을 찾는 이야기꾼이다”라고 이 책은 말한다. ‘패턴 찾아내기’는 과학이나 예술의 위대한 성취로 연결되기도 하지만 음모론이나 초자연적 믿음처럼 실재하지 않는 세계를 꾸며내기도 한다.

잘못된 믿음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16세기 영국 철학자 베이컨은 “인간은 편견에 따라 증거를 구별하고 그 일부분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1950년대에 나온 ‘인지 부조화 이론’은 이 생각을 뒷받침한다. 우리의 뇌는 서로 충돌하는 생각들을 일치시키도록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생각과 부합하지 않는 정보는 불편하게 느껴 제거하려 한다. 이른바 확증 편향이다.

‘예지몽’도 이성의 거울에 비추어 반박 가능하다. 특이해 보이는 사건도 발생할 기회가 많으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른바 대수(大數)의 법칙이다. 복권에 당첨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지만 복권 당첨자는 거의 매주 나오는 것과 같다. 꿈에 나오는 일이 현실로 이뤄지면 우리는 꿈에 예지력이 있다고 믿기 쉽지만 사실은 이렇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꿈을 꾸는데 특히 현실과 관련되는 꿈을 꾸면 놀랍게 여겨 기억하게 될 뿐이다.

책장을 덮으려니 과학으로 반박 가능한 오류들은 낫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슈에서 한번 잘못 각인된 생각을 바꾸기는 더 힘들다. 명확한 반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의 정신이 본디 그런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고 경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것이 이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중심을 잃지 않을 출발점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