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와 튀르키예(터키) 그리고 국제연합(UN)이 22일(현지시간) 국제적 식량 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흑해 항구를 재개방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매달 500만톤의 곡물이 우크라이나에서 수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인프라 장관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 흑해 항구에서 ‘필수적’ 곡물에 대한 수출 재개를 허용하는 합의에 서명했다. 이번 서명은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 속 이뤄졌다.
◇ 우크라 항구 봉쇄 해제…목적은?
실제로 러시아군은 현재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에서 오데사 인근까지 약 600㎞를 봉쇄한 상황. 이에 선박의 입출항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 식량안보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수출량의 8%, 옥수수 13%, 해바라기유 30%를 차지, 매달 450만톤에 달하는 농산물을 수출해왔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항구도시를 장악한 이래 선박들의 해상 접근을 차단해 왔는데, 항구 봉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전쟁 탓에 약 4700만명이 ‘극심한 기아(acute hunger)’ 단계에 진입했다고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추산했다.
이에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4월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과 각각 협상을 벌여왔다.
◇ 협정 기간과 곡물 수출 재개 시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흑해 항구가 무기한 개방된 것은 아니다. 이날 체결된 협정은 120일(4개월)간 효력이 발생한다.
이번 협약에 따라 당사국들은 선박을 감시하는 합동관제센터(JCC)를 튀르키예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에 즉시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준비 기간이 10일 정도 소요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선박이 항구에서 출항하기까지는 몇주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협정은 우크라이나 최대 물동항인 오데사 외에도 피브데니항, 초르노모르스크항 등 3개의 항구에서 선박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당사국들은 흑해로 향하는 선박에 대해 어떠한 공격도 가하지 않겠다는데 합의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우크라이나 선박은 군사 호위 없이 영해상 안전한 수로를 따라 항로를 운행한다.
합동관제센터의 감시 속 선박은 흑해와 튀르키예 보스포루스 해협를 통과한 뒤 목적지로 향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아울러 합동관제센터는 모든 선박의 움직임과 검사를 모니터링하고, 선박이 흑해에서 합의된 수로를 이탈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며, 무기가 우크라이나로 밀반입되지 않도록 감시할 방침이다.
이번 작전의 ‘심장부’ 역할을 상징할 합동 관저센터는 유엔 관리들 외에도 우크라이나, 러시아, 튀르키예 3개국의 군 관계자들이 배치될 예정이다.
◇ 러, 협상 이행할까
우선 서방 관리들은 이번 협상에 대해 환영 의사를 표하면서도 러시아가 협상을 이행할지는 두고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과 동맹국들이 이 합의가 도출되기 까지 열심히 노력했다면서 “우리는 러시아의 행동이 말과 일치하도록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협정을 이행할지 살피면서 책임을 묻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이번 협정에 따라 세계는 한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됐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지속되면서 곡물 생산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수확량은 크게 줄고 있는데, 노조 측은 올해 곡물 및 지방종자(기름을 추출할 수 있는 식물 종자·oilseed) 수확량이 6940만 톤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지난해 수확량 1억600만 톤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초 밝혔다.
프랑스의 컨설팅 회사인 아그리텔 역시 이달 우크라이나는 전년 동기(3220만 톤) 대비 3분의 2 수준인 2180만 톤의 곡물을 수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