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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 균형이 맞아야 롱런” 반세기 필드 지킨 한국 골프 전설 한장상[김종석의 굿샷 라이프]

입력 | 2022-07-24 10:00:00

한국의 아널드 파머로 빛나는 족적
KLPGA선수권 50회 연속 출전 대기록
매일 왼손 스윙으로 부상 예방
힘이 아니라 유연해야 장타




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한장상 KPGA 고문(82). KPGA 제공


아널드 파머(미국)는 ‘명인열전’이라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 50년 연속 출전했다. 이 대회 최다 연속 출전 기록이다. 26세이던 1955년부터 2004년까지 해마다 나섰다.

며칠 전 끝난 디오픈(브리티시오픈)의 연속 출전 기록은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가 갖고 있는데 46회다. US오픈은 ‘횡금곰’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44회 연속 출전. 파머, 니클라우스도 파머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한장상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고문(82)은 ‘한국의 아널드 파머’로 불릴 만하다. 한국 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한 고문은 국내 메이저대회인 KPGA선수권을 50회 연속 출전했다. 이 대회에 18세 때 데뷔한 뒤 67세까지 필드를 지켰다.

50년전인 1972년 한국오픈에서 2연패를 달성한 한장상 KPGA 고문(가운데). 동아일보 DB


●한국인 최초 마스터스 출전…파머 레슨 받기도
선수 시절 통산 22승을 거둔 한 고문은 1972년 온갖 텃세를 뚫고 일본오픈을 우승했고, 1973년 한국인 최초로 마스터스에 출전하기도 했다. 마스터스에서 파머를 만난 사연은 유명한 일화다. 대회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 주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 도착해 연습을 하고 있던 한 고문에게 파머가 다가와 “축하한다”고 악수를 권한 뒤 아이언샷 레슨까지 해줬다고 한다.

자신의 이름을 딴 KPGA 코리안투어 한장상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배용준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는 한장상 KPGA 고문. MHN스포츠 제공

KPGA는 한 고문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17일 끝난 코리안투어 대회 명칭을 ‘한장상 인비테이셔널’로 정했다. 국내 남녀프로골프에서 은퇴한 인물의 이름을 내세운 대회는 이번이 처음. 구자철 KPGA 회장은 “한 고문은 오늘의 최경주와 박세리가 있게 해준 원조 선수다. 이 대회가 계속 이어지고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고문은 시상식에서 손주뻘인 우승자 배용준에게 우승 트로피를 건넨 뒤 어깨를 두드려주기도 했다.

한 고문이 남긴 빛나는 족적은 철저한 자기관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아시아와 일본을 돌며 13주 연속 대회에 나갔어요. 하루 113홀을 걸어서 플레이하기도 했죠.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 20분까지 맨땅에서 3620개의 연습볼을 친 적도 있어요.” 특유의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아직도 정확한 숫자까지 언급할 정도로 잊지 못할 열정의 기억으로 남았다. 요즘 같은 맞춤형 피트니스 기법도 없던 시절이었지만 20대 때부터 집에 운동기구를 놓고 근력을 길렀고 매주 4번 이상 헬스클럽을 찾았다. 새벽마다 2시간 동안 서울 강남구 대모산 등정을 하며 하체 근력을 키웠다.

한 고문과 15년 넘게 인연을 맺고 있는 한국캘러웨이골프 김흥식 전무는 “운동선수로서 기질을 타고난 진정한 선수였다. 영원한 현역이라는 표현을 만날 때마다 떠올리게 된다”며 “생각이 복잡하지 않고 꾸밈 없고 솔직하다”고 말했다.
●한 방향으로만 이뤄지는 골프…양손 활용 중요

한국 여자 골프 국가대표 유망주 김민별이 왼손 스윙을 하고 있다. 오른손잡인 김민별은 이런 스윙을 반복하면 부상을 예방하고 스윙 궤도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한연희 아카데미 원장 제공.

골프는 철저하게 한 방향으로만 이뤄지는 운동이라 이론적으로 척추에 좋지 않다. 자주 부상을 입는 이유이기도 하다.

52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한 한장상 고문은 남다른 비결을 공개했다. “연습이나 라운드가 끝나면 꼭 원래 스윙과 반대인 시계 방향에 따라 스윙을 해줬어요. 적어도 20~30회, 여유가 있으면 100회 맨손 스윙을 하면 좋아요. 부상 예방과 함께 유연성을 길러 비거리도 더 나갔죠.”

한국 골프대표팀 감독으로 8개의 아시아경기 금메달을 이끈 한연희 아카데미 원장은 “오른손잡이가 왼손 스윙을 하면 부상과 유연성 강화 뿐 아니라 자신의 몸에 맞는 스윙 궤도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프로의 지도를 받는 국가대표 유망주 김민별은 “한 프로님에게 레슨을 받으면서 오전 오후로 100개 이상 왼손 스윙을 하게 됐다. 연습 후 뭉친 근육을 풀 수 있고 스윙 교정 효과도 있다. 비거리도 늘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일상생활에서 한쪽만을 계속 쓴다면 좌우의 비대칭이 점점 심해지므로 항상 좌우를 번갈아 가면서 몸을 사용해야 병이 진행되는 것을 막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서경묵 중앙대병원 교수(재활의학과)는 “골퍼뿐 아니라 일반 노년층에게도 척추 근력강화는 중요하다. 매일 자기나이 만큼 팔굽혀 펴기, 배 밑에 쿠션 놓고 상하체 동시 들기, 프랭크 운동을 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루 4km 걷기…흙길이 부담 적어

한국 골프의 살아있는 전설 한장상 KPGA 고문(82). KPGA 제공

한 고문은 요즘 집 근처인 경기 하남 미사리 둘레길을 늘 찾는다. “버스타고 한강변까지 가요. 하루 8km씩 걷다가 의사 권유로 4km를 걷습니다. 아스팔트, 돌길이 아니고 흙길이라 편하고 좌우에 나무가 있어 최고 코스에요. 덥기 전 아침에 1시간 40분 정도 걸으면 아주 개운해요.”

걷기 전문가인 성봉주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위원은 “80대 이상은 8000보정도 걸어도 충분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평지걷기는 1시간에 4km 정도가 적합하다. 양손에 폴을 들고 걷는 노르딕 워킹은 힘을 덜 들일 수 있으며 낙상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성 위원은 또 “여름에는 무더위 날씨로 일해 새벽 일찍 또는 밤 늦게 걷는게 좋다”며 “걸을 때 수분을 자주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모자나 선글라스를 반드시 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 위원에 따르면 미국 보건후생부(DHHS)는 하루 30분 씩 5일을 걷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21세기 국민건강 만들기 운동’에서 2010년 70세 이상 고령자의 하루 목표 보행수를 남자 6700보 이상, 여자 5900보 이상으로 뒀다.

서경묵 교수는 무릎 등에 퇴행성 관절염이 있다면 하체 단련을 위해 자전거도 권할 만하다고 했다. 서 교수는 “자전거를 타면 노인들의 슬관절 퇴행성 변화 통증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허벅지 근력강화와 관절에 부담을 안주면서 움직임이 일어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내 자전거를 활용해 최소한 매일 30분 이상 땀을 내고 적응이 된 뒤에는 저항을 주면서 타면 운동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서 교수의 얘기다.

한장상 KPGA 고문(80)은 한 달에 1,2회 골프 라운드를 한다. 안정된 스윙을 펼치고 있는 한 고문. KPGA 제공


80대에도 한 달에 한두 번 골프 라운드를 하는 한 고문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 등 유명 인사의 레슨을 맡기도 했다. 그는 “골프는 무조건 멀리 친다고 되는 운동이 아니다. 공을 가져가고 싶은 곳으로 가져가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거리는 힘이 아니라 테크닉에서 나온다. 힘으로 치려하지 말고 유연성으로 쳐야 더 멀리 보낼 수 있다”고 귀뜸했다.

과욕을 버리고 밸런스를 유지해야 굿샷도 나온다. 골프만의 얘기는 아닌 듯싶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