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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스라엘·사우디와 3각 군사 연대 추진, 이란 핵 보유 저지한다

입력 | 2022-07-24 10:41:00

바이든 “미국은 중동 떠나지 않을 것”… 푸틴은 이란 뒷배 자처



5월 말 지중해에서 이란 핵시설 타격 훈련을 하는 이스라엘 공군 전투기들. [이스라엘군]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는 이스라엘군이 이란 핵시설 타격을 위해 5월 29일부터 4주간 지중해에서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총동원해 실시한 모의훈련의 작전명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신 아폴론은 가장 빠르다는 불의 전차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스라엘군은 이란에 대한 공격을 포함한 모든 상황과 시나리오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면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대응한 군사적 옵션 준비는 도덕적 의무이자 국가 안보를 위한 명령”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훈련에 사상 처음으로 미군 공중급유기가 참여했다는 이스라엘 언론 보도가 나왔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부가 이 보도를 확인해주지는 않았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미군도 이스라엘군의 이란 핵시설 타격을 지원할 의도가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란 핵무기 획득 모든 수단 동원해 저지
이스라엘군이 전투기로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려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스라엘군은 F-15와 F-16 전투기, F-35A 스텔스 전투기 등을 보유 중인데 무엇보다 전투기들의 공중급유가 필요하다. 이란 핵시설들이 이스라엘로부터 직선거리로 최소 1126㎞에서 최대 1609~2414㎞까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 전투기들이 출격해 공습 후 기지로 귀환하려면 부족한 연료를 보충해야 한다. 이스라엘 공군에 공중급유기가 있지만 50년 넘은 노후 기종이라 작전 능력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미군이 공중급유기를 제공한다면 이란 핵시설 공습이 가능하다.

이스라엘이 공습에 나설 때는 3개 루트가 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접경지역을 따라가는 북부 루트, 요르단과 이라크를 거쳐 이란까지 가는 중부 루트,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이란으로 가는 남부 루트다. 이 가운데 남부 루트가 가장 거리가 짧을 뿐 아니라, 공중급유도 가능하고 작전 보안도 유지할 수 있다. 사우디에는 미 공군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적대국이나 마찬가지라서 사우디 정부가 철저하게 군사 보안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사우디는 그동안 이스라엘발(發) 모든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금지해왔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지금까지 국교를 맺지 않았는데, 사우디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이란의 핵 보유를 저지하기 위해 이스라엘, 사우디와 3각 군사 연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7월 13일부터 16일까지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각각 방문했는데,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이란 핵 보유를 막는 것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14일 야이르 라피드 이스라엘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이란 핵무기 획득 저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예루살렘 선언’에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은 결코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며 “이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은 물론, 전 세계 다른 나라의 핵심 안보 이익 문제”라고 강조했다. 라피드 총리는 “이란을 제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만약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한다면 자유세계는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란으로 하여금 인지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합의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그동안 대화와 타협 등 외교를 통해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으로 무력 사용을 언급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 앞서 이스라엘 ‘채널12’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만약 그것이 최후 수단이라면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란에 맞서 사우디 손 들어준 바이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아랍 9개국 정상이 7월 16일 걸프협력회의(GCC)+3 확대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PA]

바이든 대통령은 7월 15일 사우디 제다를 방문해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와 회담을 갖고 글로벌 에너지 시장 안정과 이란 핵 보유 저지를 내용으로 한 두 가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란과 관련된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의 안보와 영토 방위는 물론, 외부 위협으로부터 국민과 영토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미국의 지속적인 약속을 확인했다. 양국은 또 이란이 각국 내정에 간섭하고, 무장 대리 세력의 테러를 지원하며, 지역 안보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에 맞서 사우디 손을 분명하게 들어줬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핵합의 복원 협상에서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IRGC)를 테러 조직에서 제외해달라는 이란 측 요구를 거부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핵합의 복원 협상이 실패로 끝날 수 있음에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사우디는 미국이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 조직 명단에서 삭제할 경우 앞으로 이란이 중동지역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 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 16일 걸프협력회의(GCC)+3 확대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은 중동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 또는 이란이 중동의 공백을 메우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GCC는 사우디,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UAE, 오만 등 6개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번 확대 정상회의에는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도 참석했다.
바이든 고리로 손잡은 이스라엘과 사우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일곱 번째)이 이스라엘에서 세계 최초 아이언 빔 레이저 방공체계를 둘러본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조 바이든 트위터]

사우디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하루 전날인 7월 14일 이스라엘을 포함해 자국 영공 통과 요건을 충족하는 모든 민간항공사에 영공을 개방한다고 밝혔다. 사우디의 이번 조치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에서 비행기를 타고 바로 사우디를 방문한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사우디 정부의 이 조치에는 상당한 함의(含意)가 있다.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제스처인 동시에, 이스라엘에 대해 유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또한 사우디가 바이든 대통령을 고리로 ‘공동의 적’인 이란에 맞서 이스라엘과 연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특히 사우디가 이란의 핵 보유를 저지하고자 이스라엘군 전투기의 영공 통과를 허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2020년 동맹국인 UAE를 비롯해 바레인, 모로코가 미국 측 중재로 아브라함 협정을 맺고 이스라엘과 수교할 때도 반대하지 않았다. 사우디는 아브라함 협정 이후 UAE행 이스라엘 민간항공기의 영공 통과를 허용했다. 이스라엘과 일부 아랍 국가는 미국 주도의 ‘중동 방공연합’ 구축에 참여함으로써 이란의 공격 시도를 저지해왔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6월 20일 의회 외교국방위원회에서 “중동 방공연합이 로켓, 순항미사일, 드론을 사용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을 공격하려는 이란의 시도를 이미 성공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우디가 중동 방공연합에 참여 중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스라엘과는 은밀하게 이란에 관한 각종 정보를 교환해왔다. 양국은 또 미국 측 중재로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대화를 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로부터 비록 석유 증산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받지는 못했지만 공동의 적인 이란에 맞서 미국·이스라엘·사우디의 3각 군사 연대 구축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러시아·이란·튀르키예 3개국 정상회담

이란 혁명수비대가 공개한 드론 지하 기지 모습. [IRNA]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사우디의 3각 군사 연대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미국이 시온주의자(이스라엘), 몇몇 국가와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입지를 강화하려 하지만 지역 국가들의 시온주의자에 대한 증오를 깨닫는다면 그런 노력이 효과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카말 하라지 이란 최고지도자실 고문은 “이란은 기술적으로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이 충분하다”면서 “며칠 안에 농도 90% 우라늄을 쉽게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핵무기 1기를 만들려면 90% 고농축 우라늄 25㎏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60% 농축 우라늄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생산·비축한 60% 농축 우라늄이 43.3㎏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란군은 7월 15일 무장 드론을 탑재할 수 있는 함정과 잠수함 등을 동원해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을 국영 IRIB 방송을 통해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월 19일 이란 수도 테헤란을 방문,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해 이란·튀르키예 등과 3개국 정상회담을 가졌다. 12년째 내전 중인 시리아에서 러시아와 이란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정부군을, 튀르키예는 반군을 각각 지원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진짜 속셈은 미국·이스라엘·사우디의 압박에 맞서 이란의 든든한 뒷배가 되겠다는 것이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부족한 드론을 이란으로부터 도입하려는 것이다.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49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