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마친 류삼영 울산중부경찰서장(총경)이 회의 내용에 대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7.23/뉴스1
경찰이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조치하면서 경찰 내부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경찰국 신설에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일선 경찰들도 “지나친 처사”라고 반발하는 등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경찰청은 23일 오후 7시 반경 류 서장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렸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난 지 1시간 반만에 전광석화처럼 인사 조치를 내린 것. 경찰청의 만류에도 회의 개최를 강행해 국가공무원법상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이어 경찰청은 류 서장의 후임으로 황덕구 울산경찰청 청문감사인권담당관을 임명하고, 류 서장은 울산경찰청 공공안전부 경무기획정보화장비과 대기 근무를 명했다. 경찰청은 또 회의에 직접 참석한 총경 50여명에 대해서도 현장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등 감찰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서장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사권이 정치권력에 예속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경찰국 신설 전부터 보여주는 사례”라며 “21일까지만 해도 경찰청 고위관계자에게 ‘회의를 마치고 (윤 후보자에게) 내용을 잘 보고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갑자기 말이 달라진 것이 후보자의 뜻이겠는가. 경찰을 우습게 알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발령을) 했다고 (단체행동을) 멈출 것이었다면 겁이 나서 시작조차 안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 직접 참석한 A 총경도 “피켓시위를 하거나 구호를 외친 것도 아니고 단순히 회의를 개최한 것에 대해 징계를 내린다니 당황스럽다”며 “25일 간담회를 예정대로 진행한 이후 2, 3차 회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이 류 서장과 회의 참석자에 대한 사실상의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일선 경찰들까지 총경 대기발령은 “과도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울산남부서 소속 한 경찰관은 경찰 내부망에 “벌써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은 끝났다”며 “탄압받는 총경법률지원 돕기 모금운동을 시작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서울의 일선 경찰서 소속 B 경감은 “조직 내부에 상명하복 문화가 워낙 견고해 경찰국 신설에 대해서는 크게 이견이 없었는데 단순 회의를 개최한 것만으로 징계 조치를 내려 내부적으로 실망했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