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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협상 타결에 한숨 돌린 거제 상인들

입력 | 2022-07-24 20:18:00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이 50일 동안 이어지며 거제 지역 상권이 얼어붙었다. 21일 오전 손님 발길이 끊긴 옥포중앙시장의 한산한 모습. 거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파업이 끝나 큰 걱정거리를 하나 덜었어요.”

23일 경남 거제시 옥포동에서 동생과 함께 아귀찜 가게를 지키던 박모 씨(64)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박 씨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이후 약 50일 동안 손님 발길이 끊겨 매출이 반토막났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이번 달에는 월세 200만 원도 내지 못했다. 그는 “손님이 없으니 전기료라도 아끼려고 찜통더위에도 에어컨을 안 켰다”며 “파업이 길어지나 싶었는데 타결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고 했다.

장기화되던 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사 협상이 타결되면서 지역 상인들은 안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파업 기간 피해가 최대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 경제가 동반 침체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에 따르면 협력업체와 그 가족을 포함해 거제시 인구(약 24만 명)의 약 25%인 6만여 명이 대우조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생활한다.

대우조선 본사가 위치한 아주동에서 식당 2곳을 운영하는 임모 씨(63)는 “파업이 더 길어지면 가게 1곳을 접어야 하나 고민했다”며 “물리적 충돌 없이 파업이 끝났으니 회식 자리도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23일 전국 71개 시민단체 회원 2500여명(주최 측 추산)이 버스를 타고 거제를 찾는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희망버스’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전날 협상 타결에 따라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

지역에선 다가올 여름 휴가철에 ‘손실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거제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지세포항 수변공원에서는 29∼31일 ‘바다로 세계로’ 축제 등이 예정돼 있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하는 신모 씨(39)는 “파업이 타결된 뒤 밤에 맥주를 사러 온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며 “축제를 찾는 관광객까지 더해지면 상권이 곧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창원지법 통영지원은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 등 조합원 9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23일 기각했다. 유 부지회장 등 9명은 옥포조선소 1독(dock·선박건조대)에서 건조 중인 원유 운반선을 불법 점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은 점거 농성이 해제됐고 조합원들이 경찰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병원 치료 경과 등을 지켜본 뒤 출석일자를 조율해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제=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거제=강성명 기자 sm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