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형사사건 공개 확대… ‘혐의 흘리기·낙인 찍기’ 악용 안 돼야

입력 | 2022-07-25 00:00:00


법무부가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전 법무장관이 만든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을 개정해 오늘부터 시행한다. 그동안 형사사건 공개를 공개심의위원회의 결정으로 공보관의 공보자료 배포를 통해서만 허용했으나 위원회를 폐지하고 차장검사 등의 ‘티타임’을 부활시키는 등 공개자와 공개 방식을 다양화했다.

조 전 장관이 만든 형사사건 공개금지 훈령은 ‘검찰의 언론 플레이를 막는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당시 검찰 수사를 받던 조 전 장관에게 처음 적용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셀프 방탄 규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게다가 박근혜·이명박 정권에 대한 수사에서는 검찰의 언론 플레이를 방조(傍助)까지 하다가 검찰 수사가 문재인 정부를 향하기 시작하자 이 훈령으로 언론 취재를 제약함으로써 공정하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타당한지는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사실이 너무 많이 공개되는 경향이 있다. 선진국일수록 피의사실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과의 공방을 통해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된 상태로 알려진다. 우리나라도 검찰의 피의사실 공개를 점차 줄여가는 추세에 있었으나 박근혜·이명박 정부에 대한 수사에서 다시 급격히 늘었다.

국민의 알 권리는 권력자 수사의 경우 일반인 수사보다 더 광범위하게 보장돼야 한다. 취재기자의 수사검사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상황에서 차장검사급 이상의 티타임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 다만 검찰이 비공식적 브리핑을 피의자에게 불리한 사실을 선별적으로 공개하는 데 악용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서 그렇다. 선별적인 공개는 아예 공개를 금지하는 것만 못한 결과를 빚는다.

검찰은 이른바 ‘적폐 수사’ 과정에서 비공식 브리핑을 넘어 몰래 피의사실이 포함된 수사 정보를 흘리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피의사실 공개는 그 자체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며 법원의 무죄 판결로도 지워지지 않는 낙인 효과를 갖는다.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되 형사사건 공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방안도 같이 마련해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