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커상 1차 후보’ 박상영 작가 연작소설 ‘믿음에 대하여’ 출간 4편 모두 30대의 지친 삶 그려 “제 작품세계 시즌2 기대하세요”
박상영 작가는 “작년에 잠시 제주에서 생활했다. 당시 삶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를 펴낼 계획”이라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박상영 작가(34)에겐 가식이 없다. 그는 솔직하게 살고, 솔직하게 쓴다.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창비)으로 올 3월 노벨 문학상, 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올랐을 때 그는 이 소식을 빠르게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20일 출간된 연작소설 ‘믿음에 대하여’(문학동네)에서도 감정과 소신을 당당히 드러내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그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자신을 괴롭히는 직장 상사를 향해 “선배님, 사무실 밖으로 좀 나와 주시겠어요?”라고 소리치는 인턴사원(‘요즘 애들’)이나, 퀴어 커플이라는 사실이 밝혀질까 전전긍긍하며 자신을 옥죄는 애인을 향해 “내가 라푼젤이야?”라고 외치는 주인공(‘보름 이후의 사랑’)처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21일 만난 그는 “인간 박상영으로도, 작가 박상영으로도 최대한 투명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나도 인간이라 가면을 쓰지만 겸손한 것보단 솔직한 게 내 스타일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등단 후 3년 만에 젊은작가상 대상을 받고 올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에 오르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퀴어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폄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신작에 실린 연작 소설 4편은 모두 30대의 삶을 그린다. 지난해 10월 펴낸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문학동네)가 깨질 듯 연약한 10대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신작은 지친 삶을 버텨 나가는 30대의 고뇌를 다뤘다. 방송사 앵커, 유튜브 영상 편집자 등 다양한 직업을 다룬 점도 눈에 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를 다루기 위해 예방의학과 전문의에게 문의하고 영국 국제학술지인 ‘네이처’도 찾아봤어요. 부동산 정책을 공부하기도 했죠. 그동안 쓰지 않았던 이야기도 잘 쓸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썼습니다. 이 책은 제 작품세계의 ‘시즌2’입니다.”
그의 작품이 다양한 소수자 문제를 품으며 확장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점이다. 왜 소수자 이야기를 쓰느냐고 묻자 그는 진중하게 답했다.
“어둡고 사소하고 하찮은 것에 렌즈를 대고 들여다보는 게 문학이에요. 제게 소수자를 (작품에서 정확히) 재현하는 일은 글쓰기와 동의어입니다. 소수자의 삶을 완전히 보여줄 때까지 계속 글을 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