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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엔 곰팡이, 1997년도 작성된 안내문” 軍간부 폭로한 숙소

입력 | 2022-07-25 07:44:00

충남 계룡대에서 근무했던 초급 간부라고 밝힌 A 씨가 공개한 숙소 내부 사진.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충남 계룡대에서 근무했던 군 초급 간부가 열악한 간부 숙소 실태를 폭로하며 시설 개선을 촉구했다.

24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25년이 지난 숙소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계룡대에서 근무했던 초급 간부라고 밝힌 A 씨는 “계룡대 간부 숙소와 관련해 제보하고자 한다”며 “제가 살았던 숙소 사진이다. 이런 숙소에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지낸다”고 설명했다.

충남 계룡대에서 근무했던 초급 간부라고 밝힌 A 씨가 공개한 숙소 내부 사진.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A 씨가 공개한 숙소 내부 사진을 보면 낡고 허름한 모습이다. 숙소 생활 규칙이 적혀있는 안내문 게시일은 1997년 3일 자로 돼 있다. 안내문 종이는 누렇게 바랬고 일부 찢겨 있다.

A 씨는 “숙소에 붙어있는 1997년도에 작성된 안내문을 보면 (숙소를) 관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무성의한지 느껴질 것”이라며 “좁은 화장실을 4명이 사용해야 하고 곰팡이가 그득그득한 옷장에 옷을 수납해야 한다. 숙소가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충남 계룡대에서 근무했던 초급 간부라고 밝힌 A 씨가 공개한 숙소 안내문 사진.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그는 “사람마다 개인차는 있었지만, 숙소에 들어와 살면서 기관지염을 호소하는 사람도 적잖이 봤다”며 “사람이 지내지 못할만한 숙소를 주고 ‘리모델링을 조속히 시행하겠다’는 말만 몇 년째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간부들은 이런 숙소에서 지내다 못해 개인이 원룸을 구해 나가 살고 있는 실정”이라며 “숙소에서 나간 인원들은 한 달에 4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지불해가며 밖에서 지내고 있다. 그런데 군인들에게 지급되는 주택수당은 월 8만 원”이라고 했다.

A 씨는 “병사들의 병영시설도 조속히 개선돼야 하지만 초급 간부들의 숙소도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퇴근 후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개인공간이 구비되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9년 차 간부라고 밝힌 제보자 B 씨가 수도방위사령부 강남서초훈련장 관사의 수질 불량을 고발하면서 공개한 샤워기 필터 사진.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군 관사의 열악한 환경은 지난 7일에도 전해졌다. 9년 차 간부라고 밝힌 제보자 B 씨는 수도방위사령부 강남서초훈련장 관사의 수질 불량을 고발하며 “부대 숙소에서 씻은 뒤 몸이 가려운 느낌이 들었고 녹물이 계속 식별됐다. 계속 씻다 보니 피부에 트러블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당시 B 씨가 한 달간 사용한 샤워기 필터 상태라며 공개한 사진에는 녹색 이물질이 잔뜩 끼어있다.

한편 국방부가 2018년 전국 군 간부 숙소 17만 호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벌인 결과, 즉시 철거가 필요한 ‘심각’ 수준에 해당하는 관사가 35%(5만9500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