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두번째)이 지난 5월20일 경기도 평택 소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생산시설을 시찰하던 중 양손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정부가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창립 멤버로 가입한 데 이어 반도체 공급망 협력 구상인 이른바 ‘칩4 동맹’(Fab4) 참여 여부를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가 주목된다.
24일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정부 내에선 미국이 ‘칩4 동맹 가입 여부를 알려 달라’며 설정한 8월 말 시한을 앞두고 ‘칩4 동맹’ 가입시의 장단점 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미국의 ‘칩4’ 협력 대상국엔 우리나라와 일본·대만이 포함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 안팎에선 우리나라가 ‘칩4’에 가입할 경우 미국과의 선진기술 공유 등 경제안보 차원에선 이점이 있을 수 있지만, 동시에 최대 시장인 중국을 잃을 수 있다는 등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칩4’를 제시했단 판단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앞서 21일 박진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올해 업무추진 계획을 보고를 받으면서 IPEF·칩4와 관련, “특정국 배제가 아니라 국익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중국이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하고 오해할 만한 부분이 있으면 풀어가도록” 적극적인 외교를 주문한 것도 이 같은 중국 내 기류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최근 미국 내 인플레이션 심화 등의 영향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여론 지지율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단 점을 들어 “‘칩4’ 가입 문제와 관련해선 중국의 반발뿐만 아니라 미국 내 정치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만일 미 집권 민주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는 상황이 온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 약화로 이어져 우리 정부가 그동안 ‘한미동맹 강화·발전’ 기조에 따라 취해온 각종 정책협력 과제 등 현안 추진 또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단 이유에서다.
최근 미국에선 오는 2024년 미 대선 가상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질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의 중국 견제는 현 바이든 행정부뿐만 아니라 공화·민주당 양당을 비롯해 미국 내에서 전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설령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패하고 2024년에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중국 견제 정책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교수는 “그 중에서도 반도체 등 공급망 재편은 미국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인 만큼 우리 정부도 이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Δ미국의 ‘칩4’ 구상 대상국인 우리나라와 일본·대만의 입장이 서로 다른 데다, Δ‘칩4’의 목표나 활동방향 등이 아직 구체화되지 못했단 점에서 우리가 이 구상에 참여할 때의 조건에 대한 업계 의견 수렴 등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