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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 공정과 상식에 맞게 공무원 채용시스템 개선한다

입력 | 2022-07-26 03:00:00

낙방한 특성화고 졸업생 극단 선택
응시자 청탁 받고 시험정보 제공 혐의
당시 면접관 참여 교육청 간부 구속




지난해 7월 부산시교육청 공무원 임용시험에 응시했다가 낙방한 특성화고 졸업생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당시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교육청 간부가 최근 경찰에 구속돼 검찰에 송치됐다. 부산시교육청은 이 사건에 연루된 관련자에 대한 징계에 착수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공무원 채용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청탁금지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11일 구속한 부산시교육청 5급 사무관 A 씨를 검찰로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A 씨가 지난해 공무원 임용시험 당시 응시자 측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뒤 시험 정보 등을 알려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해 7월 임용시험에서 부산 특성화고 졸업생 이모 군(당시 19세)이 속한 면접조의 면접관 3명 중 1명으로 참여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이 군은 1차 필기시험을 3위로 통과했지만, 2차 면접에서 3위 밖으로 밀려나면서 최종 불합격됐고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험에 최종 합격한 사람은 3명이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행법상 공무원 채용 면접은 응시생에게 5개 문항을 질문해 항목별로 이를 ‘상·중·하’로 평가한다. 면접관 과반이 5개 모두 ‘상’을 주면 필기성적에 상관없이 ‘우수’로 무조건 합격된다. 만약 면접관 과반이 2개 항목 이상을 ‘하’로 매기면 ‘미흡’으로 무조건 탈락이다. 부산 교육계 관계자는 “응시자 대부분은 ‘보통’ 평가를 받기 때문에 통상 필기 성적 순서대로 당락이 결정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 군의 아버지 이모 씨(60)는 동아일보 기자를 만나 “아들은 필기 합격자 5명 중 최종 3명을 뽑는 면접전형에서 4위 이하 성적을 기록해 탈락했다. 필기 5위였던 같은 반 친구가 면접에서 ‘우수’를 받아 최종합격하면서 필기 3위였던 아들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면접관들이 담합을 했기 때문에 최종 합격 결과가 뒤집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면접 당시 1∼14조는 일반행정직, 15조는 ‘일반건축’ ‘경력건축’ ‘전기’ ‘토목’ 등 기술직 응시자가 면접을 치렀다. 15조엔 총 16명이 있었고, 이 군은 ‘경력건축’에 응시했다. 교육청이 제시한 15조의 ‘면접 평정표’에는 면접관 3명 중 2명이 응시자 16명 중 13명에게 65개 항목의 ‘상·중·하’ 여부를 동일하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이 군 유족들은 “면접관들이 담합하지 않으면 이런 평가는 나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 군의 유족들은 “A 씨 혼자서는 비위를 저지를 수 없는 만큼 나머지 면접관 2명도 가담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이 수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A 씨와 함께 면접에 참여한 나머지 면접관 2명에 대해서도 A 씨와 공모했는지를 수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지역사회에선 “청년들의 희망을 빼앗는 채용비리를 엄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논평을 통해 “사무관 A 씨를 철저히 조사해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으며, 또다시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청과 국가 차원의 재발 방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산시교육청도 설명 자료를 내고 “응시생 사망 1주기를 맞아 다시 유족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애도를 표한다”면서 “이 사안에 연루된 교육청 관련자를 일벌백계 엄정조치 할 것이며, 재발방지 대책을 강구해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임용시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올해 치러지는 공무원 임용시험부터는 면접시간을 확대하고 △소수직렬의 면접위원 확대 △합격자발표시스템 검증 강화 등에 나서기로 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