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스 SC그룹 최고투자전략가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최고투자전략가(CIO)가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이나 해외 주식 투자를 늘려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한국 주식에 편중된 투자자들은 지금 ‘리밸런싱’(자산 재배분)에 나서야 합니다. 가격이 떨어진 해외 주식이나 채권으로 눈을 돌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다면 녹록지 않은 투자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스티브 브라이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최고투자전략가(CIO)는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산시장이 요동치는 지금 상황에선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장에 남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주식 편중에서 벗어나 해외 주식, 채권 투자 늘려야”
브라이스 CIO는 SC그룹의 투자 전략을 총괄하는 글로벌 경제 전문가다. 1997년 SC은행에 입행해 중동·남아시아 리서치 헤드, 동남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쳤다. 현재 싱가포르에 거주 중인 그는 아시아·중동 지역에서만 15년 이상 머물며 현지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쌓았다.브라이스 CIO는 “금융에 몸담은 이후 손에 꼽을 만큼 최근 글로벌 경제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공포에 짓눌리기보다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위험 속에서 기회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채권 비중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30∼60% 수준으로 늘리고 금 투자 비중도 5∼7% 정도로 가져가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주식 투자는 국내 비중을 줄이고 해외 주식 비중을 30%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브라이스 CIO는 “한국 주식이 반도체 등 특정 섹터에 편중된 경향이 강해 다각화 관점에서 리스크가 크다”며 “해외 주식 비중을 늘리면 투자 섹터가 넓어질뿐더러 환율이나 지리적 관점에서도 자산 배분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 “경제 심각해도 금융위기 수준은 아냐”
아울러 3∼5년 중장기 투자 테마로는 배터리와 같은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추천했다. 브라이스 CIO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주변국에 ‘에너지 자립’이 중요하다는 크나큰 교훈을 줬다”며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나 기후변화와 관련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특히 한국은 배터리 섹터에서 강세를 보이는 만큼 에너지 저장 기술에 대한 더 많은 투자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이 심각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빗댈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했다. 브라이스 CIO는 “금융위기 땐 은행 시스템 같은 구조적 리스크나 정책 실기(失期) 등에 의해 상황이 악화됐다”며 “지금은 경제적 요인에서 시련이 있을 뿐 시스템에 약점이 없다면 상황이 더 심각해지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는 순간 경제 상황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브라이스 CIO는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면 자산 시장이 급락했다가 빠르게 회복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며 “이번에도 인플레이션이 고점을 찍고 내려오면 소비자, 기업 심리 등이 되살아나며 경기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신지환 기자 jhshin9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