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방문 앞두고 美中갈등 고조 현직 美하원의장 방문은 25년만… 中 “극단적 조치 가능성 메시지 전해” 美 “중국군, 남중국해 공격적 움직임”… 양국 정상회담 최대 걸림돌 분석도 美상무 “68조원 반도체 육성법, 中의 대만침공 대비 전략” 처리 촉구
미국 권력서열 3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다음 달 대만 방문을 앞두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거듭 군사행동을 경고한 가운데 일각에서 ‘중국이 펠로시 의장 일행이 탄 비행기를 격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자 미국은 항공모함 등을 동원해 펠로시 의장 일행을 보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미중 정상회담 최대 걸림돌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그의 대만행에 난색을 표했지만 펠로시 의장의 뜻이 강경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美, 항공모함 등 동원해 펠로시 보호 준비”
인도네시아를 방문 중인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24일 AP통신에 “최근 중국군이 남중국해 등에서 눈에 띄게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이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과 무관하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23일 조시 로긴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도 “미군이 펠로시 의장 보호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군용기 탑승 방안 외에도 그가 항공모함으로 이동하거나 전투기를 보내 근접 공중 지원하는 방안 등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 또한 21일 “미군은 중국이 우리가 탄 비행기를 격추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당초 4월 대만을 찾으려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취소했다. 현직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은 1997년 공화당 소속 뉴트 깅리치 의장 이후 25년 만이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24일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 “합의된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나흘 전 바이든 대통령이 “열흘 안에 시 주석과 대화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차이가 있다.
러몬도 “첨단기술 보호 위해 대만 방어해야”
바이든 행정부는 정상회담 개최에 관계없이 대(對)중국 기술 견제는 계속할 뜻을 밝혔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이날 CBS에 출연해 “항상 중국을 경계해야 한다. 반도체, 인공지능, 다른 어떤 분야에서도 최첨단 기술이 중국인 손에 들어가지 않게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가 수출 통제에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했다.
미 상원 표결을 앞둔 520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 반도체산업 육성 법안도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한 전략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미국이 최첨단 반도체 대부분을 대만에서 구매한다며 “국가안보 차원에서 이 법안을 빨리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만이 잠재적으로 중국에 합병될 위험이 있다는 가정을 포함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 우리는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