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떨림
홍은심 기자
손 떨림은 40세 이상 인구의 약 4%에서 나타나는 흔한 운동장애다. 나이가 들면서 발병률이 높아지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소뇌-뇌간-시상-대뇌피질로 연결되는 운동기능 관련 신경회로가 비정상적으로 항진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킨슨병이나 근긴장 이상 등의 운동장애에서 주 증상 외에 손 떨림이 동반될 수 있다. 원인을 알기 어려운 떨림을 ‘본태성 진전’이라고 부른다. 본태성 진전은 보통 안정된 상태에서는 떨림이 없지만 자세나 동작을 취할 때 떨림이 생긴다. 글씨 쓰기, 젓가락질 등 일상적 행위 중 발생할 수 있고 긴장하면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본태성 진전으로 인한 손 떨림은 우선 약물 치료를 해볼 수 있다. 환자 중 3분의 2는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이 개선된다. 환자마다 적합한 약물의 종류와 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 진료를 통해 개개인에게 가장 효과적인 약제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부 뇌 자극술은 전기 자극으로 병소의 신경 기능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고주파 응고술과 방사선 수술, 초음파 수술은 각각 고주파 전기·방사선·초음파 에너지를 표적에 집적시켜 병소를 파괴한다. 환자 상태와 수술의 장단점에 따라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고주파 응고술은 두개골 천공 후 전극을 삽입해 표적을 열 응고시키는 방법이다. 효과적이지만 표적의 온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고 병소가 비교적 크게 형성돼 합병증 발생률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심부 뇌 자극술은 두개골 천공 후 전극을 삽입해 고주파 전기 자극으로 표적을 기능적으로 억제하는 수술법이다. 수술 후에도 전기 자극 모드를 조절해 질병 진행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를 심는 것이기 때문에 하드웨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전류 발생 장치를 수년마다 교체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방사선 수술은 고용량의 방사선을 조사해 병소를 파괴하는 치료법이다. 피부 절개나 천공이 필요하지 않아서 고령의 환자에게 가능하다. 하지만 증상 개선과 후유증 발생 여부를 수술 중 즉시 확인할 수 있는 다른 수술법과 달리, 방사선 수술은 치료 효과가 수개월 후에 나타난다. 따라서 수술 중 오직 영상에 의지해 간접적으로 표적을 정해야 한다. 이때 만약 표적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으면 치료 효과가 감소하거나 후유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초음파 수술은 두개골을 투과하는 다중 초음파를 표적에 집중시켜 치료한다. 두께 등 두개골 상태에 따라 수술이 제한되기도 한다. 이은정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초음파 수술은 손 떨림 수술의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한 수술법”이라며 “최근 MR 온도계를 통해 조직의 온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적정 에너지를 표적에 전달하는 것도 가능해져 활용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