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둠‘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경제비관론자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 동아DB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이번 경기침체가 ‘짧고 가벼울 것’이란 생각은 완전한 망상”이라며 “1970년대 오일쇼크,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루비니 교수는 이날 불름버그 방송에 출연해 심각한 경제위기의 징후로 팬데믹 기간 급증한 ‘채무’를 들었다. 그는 “팬데믹 기간 동안 선진국 국가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가 넘어가고, 재정 지원으로 버티는 좀비 기업이 늘었다”며 “선진국 부채 문제는 하위 섹터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미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24%, 일본이 257%로 높아진 상태를 지적한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높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실업률이 동반되는 경기침체)에는 적어도 채무비율은 낮았고, 2008년 금융위기에는 부채가 문제였지만 인플레이션은 낮았다”며 현 경제 상황을 “스태그플레이션에 채무위기가 겹치는 최악의 침체 직전”으로 규정했다.
미국은 이번 주 2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 발표를 앞두고 경기침체 논란이 뜨거운 상태다. 24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해도 경기침체가 아닐 수 있다”고 말한데 대해 “바이든 정부가 경기침체의 정의까지 바꾸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5일 바이든 대통령이 “경기침체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자 CNN 등 주요 언론은 “이번 주 진실의 순간에 직면할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미 경제계는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이날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14% 하락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칼 더글러스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는 “휘발유 식료품 가격 인상이 소비자의 지출 능력에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다.
댈러스 연준이 발표한 7월 텍사스주 제조업활동지수도 -22.6으로 석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제조업활동지수가 0보다 낮은면 기업들이 경기 위축을 전망한다는 의미다. 텍사스주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및 전자 제조업이 모여있다. 텍사스 전자 업계는 이번 조사에서 “부품 확보 문제로 공장 문을 닫는 것이 다반사”라며 “소비자용 제품 재고가 최고치를 찍은 것으로 보아 하반기 경기둔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