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2022.4.28/뉴스1
최근 대규모 횡령이 적발된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금액이 70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직원은 은행장 직인까지 자유자재로 도용해 돈을 빼돌리고 1년 넘게 무단결근을 하는 등 일탈을 일삼았지만 은행과 감독당국은 8년 동안 이런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이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총 697억30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검찰이 기소할 때 횡령액(614억 원)에 비해 83억 원 이상 늘었다. 횡령액의 3분의 2는 동생 증권계좌로 보내 주식이나 선물·옵션 거래에 쓰였고, 나머지 자금은 친인척들의 사업자금 등에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직원은 2012년 6월 팀장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OTP를 훔친 뒤 자체 결제하는 방식으로 우리은행이 보유한 A사의 출자 전환 주식 42만9493주(당시 시가 23억5000만 원)를 인출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기능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이 직원은 부서장에게 외부기관에 파견을 간다고 허위로 구두 보고한 뒤 2019년 10월부터 1년 2개월 동안 무단결근하며 개인 사업을 준비했지만 은행은 이를 알지 못했다. 우리은행은 또 이 직원이 같은 부서에서 10년간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해준 데다 장기 근무자를 대상으로 일정 기간 휴가를 보낸 뒤 업무를 점검하는 ‘명령 휴가’ 대상에도 한 번도 넣지 않았다.
금감원은 향후 이 같은 거액의 금융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와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금융사 내부통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