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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치료받고 눈물로 고마워하시던 시골 할머니에 큰 감동”

입력 | 2022-07-27 03:00:00

‘낭만닥터’ 출연 이태훈 9988병원장



‘낭만닥터’에 출연하는 정형외과 전문의 이태훈 9988병원 원장(위쪽). 아래쪽 사진은 천막진료소 안에서 이 원장이 무릎을 진료하고 있는 모습.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기 위해서는 무릎과 허리, 발목 등 뼈와 관절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지요. 나이가 들어도 친구를 만나고, 사회생활을 하고, 운동을 하며 사는 삶이 요즘 행복의 트렌드이기 때문이죠.”

ENA 채널 ‘임채무의 낭만닥터’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시골에 사는 어르신들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유랑 진료’ 프로그램이다. 배우 임채무, 이문식 씨 등이 출연하는 이 프로그램에는 정형외과 전문의인 이태훈 9988병원 (서울 성동구 왕십리)원장이 늘 함께한다.

낭만닥터 출연진은 올 3월부터 경북 영주 무섬마을, 강원 영월, 충남 논산, 전북 진안, 완주 비비정마을 등 20곳이 넘는 시골마을을 찾아 진료를 펼쳐왔다.

“대부분 병원에 가려면 한두 시간 이상 걸리는 오지를 찾아갑니다. 평생 밭에서 쪼그려 앉아서 일해 오신 어르신들이 많아서 허리와 무릎, 어깨, 발목, 고관절이 안 좋으신 경우가 많아요. 천막 진료소에서 엑스레이와 주사치료를 하고, 캠핑카 안에서는 물리치료, 도수치료를 해드립니다.”

그는 바쁜 가운데서도 격주 금, 토 1박 2일 동안 간호사와 총무과 직원 등 5, 6명과 함께 낭만닥터 유랑진료에 나선다. 금요일 새벽부터 토요일 해 질 녘까지 하루 평균 25∼30명의 환자를 치료해주는 강행군을 펼쳐야 한다. 마을마다 증세가 심각한 어르신 중 한 명은 서울로 초청해 무료로 관절 수술과 치료를 해주기도 한다.

“시골의 할머니께서 치료를 받으신 후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살다가 이렇게 큰 장비를 싣고 온 의사에게 전문치료를 받은 건 처음이라고. 그러면서 갑자기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1만 원짜리 몇 장을 꺼내시는 거예요. 할머니가 그 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주셔서 기다리는 어르신들과 스태프들이 시원하게 먹었던 기억이 제일 오래 남습니다.”

‘건강 품앗이 여행’을 모토로 내건 이 프로그램에서는 낭만닥터 팀이 치료를 해주면 어르신들이 지역에서 나는 먹을거리를 가져와 점심을 함께 해 먹기도 한다. 그는 경북 상주에서 할아버지가 가져다 준 ‘곶감 껍질을 먹여 키운 한우’, 충북 제천 산수유 마을에서 먹은 도토리묵, 전북 진안에서 맛본 고랭지 수박의 기막힌 맛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임채무 선생이 부른 노래 중에 ‘구구팔팔 내 인생,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는 곡이 있었습니다. 제가 2017년 개원하면서 특색 있는 이름을 짓고 싶어서 ‘9988병원’이라고 지었습니다. 어느 날 임채무 선생이 지나가다가 병원에 들어오셔서 ‘왜 나한테 상표 허락도 안 받고 이름을 지었냐’고 하셨어요. 알고 보니 그건 농담이었고, 사실은 어깨가 아프셔서 오셨더군요. 자기공명 영상(MRI)을 찍어보니 어깨 회전근이 파열돼 제가 봉합수술을 해드린 인연으로 친해졌습니다.”

그는 “임 선생은 아이들을 위한 ‘두리랜드’를 오랫동안 운영해 왔는데 나이 들면 의료봉사를 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며 “결국 저랑 의기투합해서 ‘낭만닥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21회가 진행됐는데, 출연진인 배우 이문식 씨랑 ‘앞으로 500회까지 해보자’고 결의했다고 한다. 이 원장은 “많은 분들의 동참으로 의료 봉사활동이 1000회까지 계속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