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아이가 자위행위 할 때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자위행위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정상적인 행동이다. 이럴 때 부모는 대수롭지 않게, 평범하게 대해주는 것이 좋다. 혼내거나 위협하면 자칫 아이가 자신의 성기를 나쁘고 더러운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해하고 남들 앞에서 하지 않도록 가르쳐주고, 심하게 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해 호기심이 많다.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만지다가 어쩌다 우연히 자위행위도 하게 된다. 그런데 해보니 기분이 좋아지고 재미있다. 그래서 반복해서 하게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놀 거리가 있거나 뭔가에 몰두하고 있을 때보다 심심할 때 자위행위를 한다. 성기는 촉각 중에 조금만 만져도 느낌이 있는 가장 예민한 곳이기 때문이다.
아이가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보았을 때는 혼내지 말고 이야기를 나누고 놀아주면서 아이의 주의를 환기시켜 주는 것이 좋다. 밖으로 나가서 뛰어놀게 하거나 마트에 장을 보러 가거나 부모가 청소하는 것을 도와달라고도 한다. 멈추게 하려면, 거기에서 얻는 즐거움과 재미를 다른 곳으로 분산시켜 주어야 한다. 아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깊이 탐닉하지 않도록 가급적 중간중간 끊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가 혼자 있거나 심심해할 수 있는 시간도 줄여준다.
그래도 지속된다면 정서적인 문제, 감각적인 문제를 살펴야 한다. 임상경험상 ‘아이가 성기를 만져요’라는 고민의 10명 중 9명은 정서적인 부분이나 감각적인 부분에 어떤 문제가 있어서인 경우가 많았다. 아이의 정서가 굉장히 불안하거나 불안정하거나 긴장감이 높거나 걱정이 있거나 긴장했을 때 스스로 진정하는 방법을 빨리 못 찾거나 예민할 때 그럴 수 있다. 이때 아이의 성기를 만지는 행동은 손톱을 물어뜯거나 손가락을 빠는 행위와 전혀 다르지 않다. 잘 때 엄마의 신체(머리카락, 배꼽, 겨드랑이 피부, 등, 팔, 다리 등)를 만져야만 자는 아이들도 있다. 모두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행동인데, 이 행동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행동은 빨리 고쳐야 할 나쁜 버릇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행동 밑면의 정서적인 문제, 감각적인 문제를 찾아 도와줘야 한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성기를 만진다면, 성적인 호기심이나 지루함에 잠시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계속 그런다면 뭔가 그곳에서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 있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긴장되는 것은 무엇인지, 적응을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아이에게 고민이나 불안이나 걱정이 있을 수도 있다. 아이들은 부모나 교사가 무서워도, 부모가 싸움을 자주 해도, 또래와의 관계가 갑자기 나빠져도 그러기도 한다. 불안이나 우울 같은 정서적인 문제가 있는 아이나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해서 늘 외톨이인 아이, 지적 발달이나 언어 발달의 문제 때문에 수업에 잘 따라갈 수 없는 아이도 자신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나 또는 지루하거나 따분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그럴 수 있다. 주의집중력에 문제가 있어도 그러기도 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은 ‘1 대 다수’로 앉아있을 때 좀 멍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톱을 뜯기도 하고 연필 끝을 씹기도 하고 성기를 만지고 있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은 성교육을 한다고 그 행동이 없어지지 않는다. 감각이나 감정은 인지하고는 다른 영역이다. 성과 관련된 지식을 배운다고, 불안이 낮아지고 예민한 감각이 무뎌지지 않는다. 머리로는 그런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도, 또 그런 조건의 상황이 되면 안 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불안 요인이 있으면 그것을 찾아 낮추는 것이 우선이다.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하다면 그에 맞는 육아법이나 교육이 필요하다. 사회성이나 발달 등에 문제가 있다면 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해결된다. 따라서 아이가 자위행위에 너무 탐닉하여 일상생활이 너무 힘들다면, 부모가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 봐도 멈추지 않는다면, 반드시 전문가를 만나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