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들 사는 동안 고립되지 않는다면 자유로운 삶… 집에서 마지막 순간 맞이하길”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펴낸 우에노 지즈코 日도쿄대 명예교수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문예춘추사 제공
“생의 마지막 순간 집에서 홀로 조용히 죽음을 기다릴 겁니다. 가족이 없는 제게 장례식이나 무덤은 필요 없습니다. 다만 살아가는 동안 내가 사랑한 이들에게 그간 고마웠다고 작별 인사를 미리 나누려 해요.”
일본 사회학자인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74)는 언제나 생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꿈꾼다. 홀몸노인이라면 무조건 “불쌍하다”고 여기는 세상의 인식을 단호히 거부한다. 우에노 교수는 19일 e메일 인터뷰에서 “혼자 사는 노인이 혼자 죽는 게 당연하지, 뭐 어때. 오히려 가족에게 돌봄의 짐을 지우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간 삶이라 여길 수도 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치매를 앓는 노인이 실수로 불을 내거나 사고가 나 다칠 위험은 없을까. 우에노 교수는 “심장박동 등 생체 신호와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기를 노인이 착용하고 전문 기관에서 이 신호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면 사고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에노 교수는 “사망 직후 조기 발견할 시스템을 마련한다면 고독사 비율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뜻에서 그는 ‘재택사(在宅死)’란 표현을 즐겨 쓴다. 홀몸노인 비중이 높아지는 미래에는 의료기관이 그 많은 인원의 사망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는 “수명이 늘어나면서 갑작스러운 질병을 앓다 병원에서 숨지기보다 만성질환을 앓으며 서서히 집에서 노쇠해 세상을 떠나는 노인이 늘고 있다”며 “일본 수명 조사에 따르면 임종 전에 남성은 약 8년, 여성은 약 12년 동안 ‘허약 기간’을 지낸다. 재택사는 막대한 의료비용을 줄이고 편안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먼저 해결될 과제가 있다. 집에서 생을 마무리하려면 우선 집이 있어야 한다. 우에노 교수는 1인 노인 가구에 빈집을 대여하면 된다고 봤다. 현재 일본의 빈집 비율은 13%. 그는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4인 가족 위주로 설계된 공공주택에 1인 가구가 입주하고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공용주택도 늘었다”며 “주거가 불안정한 노인에게 빈집 대여제가 마련되면 재택사를 위한 사회적 기반이 갖춰질 것”이라고 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