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과 주고받은 메시지 포착
26일 오후 4시경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최된 대정부질문 도중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휴대전화로 윤석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쓴 메시지 등이 포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에 대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는 표현을 쓴 장면이 포착돼 파장이 일고 있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당 문제는 지켜보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이 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해 왔다. 하지만 이날 이 대표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여과 없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 尹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 바뀌니 달라져”
한 야당 의원이 26일 오후 서울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하는 사이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에 대해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 받은 사진 기사를 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권 원내대표에게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국민의힘이 최근 경찰국 신설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맞불을 놓는 동시에 일선 경찰들 사이에서 불거진 경란(警亂)을 조기 진압하는 데 앞장섰던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체리 캐릭터가 엄지를 들어 보이는 이모티콘 메시지를 권 원내대표에게 보냈다.
○ 野 “尹, 이준석 징계 배후 의구심” 맹공
이 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의 표현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당원들을 만나는 지방 순회 행보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된 지 35분 만에 페이스북에 울릉도 사진을 올리며 “최근에야 울릉도 순환도로가 완공된 것처럼 지금까지 도서 지역에 대한 투자는 항상 더디게 진행되었고 그래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썼다. 550자 분량의 글에 정치적 메시지는 없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리위원회 징계 절차 이후 경찰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이 대표 입장에선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불편했던 관계가 그동안 공식화되지 않았다가 이제야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집중 공세를 퍼부었다. 조오섭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생 챙기기에 분초를 다퉈도 부족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 걱정은 안중에도 없이 뒤에서 몰래 당권 싸움을 진두지휘했다는 말이냐”고 날을 세웠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오늘 주고받은 문자를 보니 이 대표를 징계하고 내치는 데 (윤 대통령이) 배후 역을 맡지 않았나 의구심이 든다”고 쏘아붙였다.
그런 가운데 권 원내대표가 이날 윤 대통령에게 “강기훈과 함께”라고 텔레그램 메시지를 입력하는 장면도 포착돼 강 씨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1980년생인 강 씨는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9년에는 우파 성향 정당인 ‘자유의 새벽당’ 창당을 주도했고 대표까지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