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尹 “스타 장관돼야” 후 일주일…기자회견장 찾는 장관들 “질문 더 하시죠”

입력 | 2022-07-27 07:32:00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업무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입장했다. 임시 기자회견장으로 사용하던 오픈 브리핑룸과 최근 개장한 정식 브리핑룸을 통틀어 내각 장관이 대통령실 마이크 앞에 선 것은 처음이었다. 부처별 업무보고를 마친 장관들이 직접 1층 브리핑룸에 내려가 언론과 소통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서였다.

윤 대통령은 나흘 뒤인 19일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을 향해 “자신감을 갖고 언론에 자주 등장해서 국민들에게 정책에 대해 자주 설명하라. 장관들이 다 스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같은 날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공개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지난 27일 현재까지 이 장관을 포함해 총 11명의 장관이 브리핑룸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업무보고는 각 부처가 새 정부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해 세운 계획과 준비 상황을 대통령과 공유하는 자리다. 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업무보고를 마치고 카메라 앞에 선 장관들은 각자 대통령에게 보고한 주요 내용을 요약해 발표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2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부처 업무보고를 한 뒤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때 일부 장관은 각자 준비해온 패널을 옆에 두고 말하기도 하고, 발표 내용을 적어온 종이를 손에 들되 대부분 외워서는 최대한 카메라를 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장관들의 성격과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날 때는 이 발표가 끝나고 방송 카메라가 모두 꺼진 뒤 진행되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이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질의응답은 전적으로 장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11명의 장관 중 질답에 나선 장관은 9명에 이른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의 경우, 질답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와 브리핑룸을 떠나려던 중 기자의 질문이 시작됐고 이에 한 장관이 다시 마이크 앞에 서서 답하기도 했다. “더 질문 있으세요?”라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4선 국회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단상 앞에 서자마자 “낯익은 분들이 굉장히 많이 계시네”라고 다소간 딱딱했던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언론인 여러분도 통일부에 관심 좀 많이 가져주시기를 바라겠다”며 브리핑을 시작한 권 장관은 질의응답이 끝난 뒤 “(질문을) 더 많이 해주셨으면 더 고마웠을 텐데 질문이 없어서 조금 아쉽네요”라며 웃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7분 동안 질의응답을 해 ‘최장’ 기록을 세웠다. 급기야 대통령실 관계자가 농담조로 “하루 종일도 질의응답하실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원 장관은 “두 분만 더 받고 마무리하겠다. 짧게 할게요”라고 언급해 현장에 웃음이 터졌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2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진행한 부처 업무보고 결과를 브리핑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가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이와 연계가 큰 주무부처 장관들은 한층 강경하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과 가깝기도 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전날(26일) ‘온마이크’ 질답을 진행하면서 주목받았다. 방송 영상을 제외하고 글로만 보도되는 ‘백브리핑’과 달리,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이 모두 영상으로 녹화되는 ‘온마이크’를 택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백브리핑으로 전환하겠다”며 “실명 브리핑으로 하시겠나”라고 묻자 한 장관은 “상관 없어요”라고 답했다. 이에 기자들이 “카메라도 찍으면 안 되냐”고 하자 관계자는 다른 장관들의 경우와 같이 이를 거절하려 했지만 한 장관은 “그냥 하시죠”라며 “원하시는 대로, 저는 상관 없습니다”라고 했다.

결국 20여분간 ‘온마이크’로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한 장관은 “불편한 질문 두 가지 드리겠다”는 기자에 “그러시죠”라고 여유있게 받아치는가 하면, 대통령실 관계자가 질의응답을 서둘러 마치려고 하자 “더 있으시면 해도 돼요”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세 개의 질문을 더 받은 뒤 자리를 떠났다.

‘경찰국 신설’ 이슈로 큰 관심을 받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주말에 일선 경찰서 팀장급 회의가 14만 경찰 전체회의로 확대된다.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라는 질문을 받고 작심한 듯 답변하기도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행안부 업무보고를 마친 뒤 이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의 정당성, 반론에 대한 재반론 등을 조목조목 5분 넘게 말한 뒤 “(경찰국에 대한) 우려는 전혀 기우에 불과하다”고 끝맺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이 장관의 다음 일정을 고려해 브리핑을 마치겠다고 했지만 일부 기자들이 질문을 하기 위해 손을 들었고 이 장관은 “한 분만 더 하시죠. 꼭 필요하신 분”이라며 추가 질문을 받았다.

오는 29일에는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업무보고가 진행된다. 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보건복지부와 보훈처·국민권익위원회·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의 업무보고가 남아 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