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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 유충 해결 광촉매 여과 재생기술 개발… ‘물관리업계 1위’ 강소기업

입력 | 2022-07-28 03:00:00

[명품기업 탐방]광주 북구 ‘현진기업’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업계 선도… 年매출액 30% 기술개발에 투자
임용택 대표가 발명 후 특허 등록
살균 등 특허기술 80여개 보유



물 처리 전문기업인 임용택 ㈜현진기업 대표가 26일 광주 북구 공장에서 광촉매수산기 여과재료 재생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38년 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사업가보다 발명가로 불리는 게 더 좋습니다.”

광주 북구 첨단벤처소로에 자리한 ㈜현진기업 임용택 대표(70)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 채운 특허증과 각종 인증서가 먼저 눈에 띈다. 임 대표가 1985년 설립한 현진기업은 물을 이용한 살균 및 바이러스 제거 관련 특허 기술 80여 개를 보유한 물 처리 전문 기업이다. 납품이 까다로운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조달청, 수자원공사, 군부대에 장비 보급 실적 전국 1위를 수년째 지키고 있다. 이 회사는 임 대표가 관련 기술을 직접 발명하고 특허 등록한 제품만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 위기 때 빛난 도전 정신
임 대표는 올 2월 ‘광촉매수산기 여과재료 재생시스템’을 특허 등록했다. 이 기술은 최근 경남 창원시와 경기 수원시 정수장에서 유충이 발견된 사고를 계기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환경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다음 달 8일까지 전국 485개 정수장을 특별 점검하는 등 긴급 대책을 마련했다.

임 대표는 2년 전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를 보고 각종 미생물과 유충, 바이러스를 살균하고 중금속 성분을 분해하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 기술은 수질 정화기능이 뛰어난 최소한의 오존을 단파장자외선(UV-C)으로 쬐어 촉매 반응을 일으킨 뒤 표면에 강력한 산화력을 갖춘 광촉매 수산기로 세척하는 방식이다. 이 시스템은 살충, 살균, 탈취, 중금속 분해 효과가 탁월해 2차 오염 없이 단시간에 정수 처리가 가능하다. 그동안 전국 130여 곳의 정수장에서 세척 작업을 했고 광촉매 재생시스템으로 바꾸는 공사도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2년 전 개발한 공기 정화 및 바이러스 살균 장치도 임 대표의 집념의 산물이다. 임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민 건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가 이 장치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임 대표가 2019년 개발한 물을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장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각종 바이러스 살균에 효율적이고 성능이 입증된 자외선 살균 램프와 탄소 중립을 위한 이산화탄소 저감용 필터를 개발해 공기 중에 떠 있는 0.3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입자를 99.97% 이상 걸러내는 헤파필터 방식을 적용했다.

임 대표는 중소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연 매출 70억 원의 30%를 기술 개발에 쓰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전국 200여 곳에 설비를 구축했다”며 “위기일수록 도전정신이 빛난다는 것을 알게 되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 뚝심으로 일군 물 관리 기업
전남 보성군 벌교읍 출신인 임 대표는 공업고등학교와 직업전문학교에서 토목 기술을 배운 뒤 군에 입대했다. 1977년 제대 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이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 건설 현장. 그는 원전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시설공사를 하면서 물 처리 기술 분야에 눈을 떴다고 한다.

계곡수를 이용한 역세척 여과 장치는 현진기업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임 대표가 2000년 개발한 이 기술은 흐르는 물을 반대로 흐르게 해 여과기 내부를 청소하는 방식이다. 어린 시절 계곡에서 뛰어놀던 추억을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한 사례다. 무동력 방식인 이 제품은 비용이 저렴하고 유지, 관리가 쉬워 전국 3000여 곳에 설치됐고 지금도 연간 30여 대를 보급하는 효자 제품이다.

임 대표의 뚝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수장에서 공급하는 물의 수압을 전원으로 활용하고 수돗물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흡착해 제거하는 ‘붉은 물 정수 장치’를 비롯해 수질 정화가 가능한 태양광 발전 시스템, 태양전지를 이용한 살균 및 정수 기술, 초음파를 활용한 녹조 제거 기술 등도 임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이런 공로로 ‘대한민국을 빛낸 기능한국인’, ‘광주시 기술장’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임 대표는 매년 한 개 이상의 신기술과 신제품을 만들어낸다는 목표를 정하고 요즘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발명사랑방’이 있는 고향에 내려가 연구에 매진한다.

임 대표는 ‘세상에서 제일 값어치 있는 일이 발명’이라는 신념으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헬스케어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다. 인생 2막의 바람도 없지 않다. “농도인 전남에는 영농 관련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많을 겁니다. 그들과 함께 발명포럼 같은 모임을 만들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상용화할 수 있는 기회가 꼭 마련됐으면 합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