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에 진심인 사회로]〈10〉고속도로 보행, 위험한 2차 사고 사고처리 중 발생하는 2차 사고… 사망자 74%가 선행 사고 당사자 고속도로선 차량 속도 빨라 더 위험… 올해 사망자 4명중 1명은 2차 사고 사고땐 비상등 켜고 트렁크 연뒤… 신속히 도로 밖으로 대피해야
지난달 15일 경남 함양군 광주대구고속도로 거창 나들목 인근에서 발생한 고속도로 2차 사고 현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앞선 사고로 정차해 있던 화물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충돌해 반파됐다. 한국도로공사 제공
지난달 15일 경남 함양군 광주대구고속도로 거창 나들목(IC)을 약 7.5km 앞둔 지점에서 차량 4대 연쇄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앞서 가던 차량과 부딪친 후 사고 처리를 위해 도로에 나와 있던 화물차 운전자 A 씨가 뒤에서 오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또 다른 SUV가 1차로에 정차해 있던 A 씨의 차와 충돌했고, A 씨와 이 SUV를 운전한 B 씨가 모두 숨졌다.
이날 사고는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2차 사고였다. 2차 사고는 교통사고(1차 사고) 또는 차량 고장 등으로 정차해 있는 차량이나 도로에 나온 운전자를 뒤에서 오는 차량이 추돌해 발생하는 사고를 뜻한다.
○ 올해 고속도로 사망자 4명 중 1명은 2차 사고
올 4월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나들목 인근에선 25t 화물차가 사고 후 갓길에 정차해 있던 1t 화물차를 들이받아 앞 차량 운전자가 숨졌다. 두 달 뒤 경남 창원시 남해고속도로 창원분기점 인근에선 사고 현장을 확인하던 40대 운전자가 뒤따르던 승용차에 부딪혀 사망했다. 현동용 한국도로공사 교통처 차장은 “2차 사고 사망자의 약 74%는 선행 사고의 당사자”라며 “사고 후 현장 주변에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 “최소 안전 조치 후 안전한 곳으로 대피”
전문가들은 고속도로에서 사고나 차량 고장이 났을 경우 최소한의 안전 조치 후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강조한다. 특히 2차 사고 대부분은 1차 사고 후 불과 몇 분 사이에 발생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대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로공사의 행동 요령에 따르면 사고 발생 후 운전자는 즉시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열어 뒤에서 오는 차량에 비상 상황임을 알려야 한다. 조치 후엔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자 전원이 도로 가드레일 밖 등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야 한다. 이어 경찰(112) 또는 한국도로공사 콜센터(1588-2504)로 최대한 빨리 신고하는 게 좋다.
박신형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트렁크를 열고 비상 깜빡이를 켜두는 것만으로도 뒤따르는 차량 운전자에게 충분히 경고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됐다”며 “현장에 남아 있는 것이 보험 처리 등에 유리하다는 건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하다. 우선 빠르게 대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도 “시야 확보가 어렵거나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무리하게 삼각대를 설치하는 등의 행동도 삼가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안전이 완전히 확보됐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뒤에서 오는 차량 운전자가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는 등 추가 조치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틈틈이 창문을 열어 차량 내부를 환기시키고 쉼터나 휴게소 등에서 충분히 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금이라도 졸리면 무조건 쉬고, 전방을 확실히 주시하며 운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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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형(산업1부) 정순구(산업2부) 신지환(경제부)
김수현(국제부) 유채연(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