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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역전의 날, 담담한 경제수장 4인방 “경제 건전성 점검·강화”

입력 | 2022-07-28 09:18:00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부터)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8일 오전 7시30분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거금회의)가 열린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14층 회의실에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이창용 한은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의 얼굴은 별다른 표정 변화를 읽을 수 없을 정도로 굳어 있었다.

지난 24일 이후 불과 나흘만에 열린 이번 비상 거금회의는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p) 인상)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당초 회의에 참석하기로 했던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불참했다.

앞서 이날 새벽 미국이 발표한 기준금리는 연 2.25~2.50%다. 물가에 쫓기는 미국이 지난 6월에 이어 7월에도 0.75%p 인상을 연달아 결정하면서 우리나라 기준금리인 2.25%보다 0.25%p 높아졌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현실화한 것이다.

추 부총리는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이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결정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서 금일 새벽 국제금융시장이 금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무리없이 소화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경제금융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어서 “이번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한·미 정책금리 역전으로 일각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출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며 “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계기관은 상시적으로 우리 경제 전반의 건전성을 점검·강화하고 글로벌 리스크 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 역량을 확충하는 한편,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혁신 노력에도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추 부총리의 말대로 미국의 이번 자이언트 스텝을 예상치 못한 바는 아니었다. 국내외 금융권은 미 연준이 이번에 0.75%p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봤다. 이에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미국에 앞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연히 금리가 역전될 수 있으며, 금리 역전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금리 격차보다는 그로 인해서 생기는 외환시장 영향이나 자본유출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로부터 2주일여 후인 28일,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직면한 이 총재의 얼굴에선 담담함이 읽혔다. 다만 간밤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는지 역력한 피곤함이 묻어나기도 했다.

이날 회의는 약 1시간에 걸쳐 비공개로 진행됐다. 취재진은 오전 8시25분쯤 회의를 마친 이 총재를 향해 ‘추가 빅스텝 가능성이 있나’ 등의 질문을 쏟아 냈으나, 이 총재는 “다음 통방회의(통화정책방향회의) 때 말씀드리겠다”며 짤막한 대답만 남기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현상은 적어도 다음달 25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8월에는 미 FOMC 회의가 열리지 않는데, 우리나라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달 25일 열리는 회의에서 기준금리 0.25%p 인상을 결정하면 곧바로 미국 기준금리 상단과 같은 2.50%로 오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