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가진 최태원 SK그룹 회장. 워싱턴=AP/뉴시스
미국을 방문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7일(현지 시간) 미국이 추진 중인 반도체 관련 실무 협의체 ‘칩4 동맹’(한국·미국·일본·대만 반도체)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게 나온 것은 없다고 말하면서도 “가장 유리한 쪽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날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추모의 벽’ 준공식 행사를 마친 뒤 ‘미국이 추진하는 칩4가 중국 사업 비중이 높은 SK에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약간 조심스럽기는 한 얘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칩4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정확하게 나와 있지 않다”면서도 “(칩4의) 디테일이 조금 더 갖춰지면, 아마 제가 하는 게 아니라 정부나 다른 곳에서도 이 문제를 잘 다루리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미국은 한국 일본 대만 등 4개국 간 반도체 협력 강화를 위한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회의를 이르면 내달 중 개최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중국 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비중이 큰 국내 기업들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워싱턴 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열린 ‘추모의 벽’ 준공식 행사에 참석한 최태원 SK그룹 회장. 뉴시스
최 회장은 또 이날 ‘한미동맹 발전 방향’에 대해선 “한국이 갖고 있는 강점과 미국이 갖고 있는 장점이 잘 결합되면 저희의 경쟁력과 대한민국의 성장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는 국내의 하드웨어적 생산 능력과 미국의 소프트웨어 능력을 언급하며 “이 두 가지를 잘 결합시키면 앞으로의 미래, 디지털 기술이나 바이오 기술이 성장할 수 있는 아주 큰 잠재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최 회장은 전날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 면담을 갖고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분야 등에 220억 달러(약 29조 원)를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SK는 ‘추모의 벽’ 건립에 100만 달러(약 13억 원)를 후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추모의 벽은 한미동맹의 큰 상징”이라며 “한미동맹의 상징이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곳이 된다면, 더군다나 미국의 심장부에 위치한 곳에 제대로 한 번 지어진다면 영원히 계속해서 남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