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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혹행위, 해병대 선임 구타로 후임 기절…“강하게 키우려고”

입력 | 2022-07-28 13:27:00

대한민국 해병대 페이스북 갈무리


해병대에서 선임병의 구타로 후임이 기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성고문, 식(食)고문, 구타 등 가혹행위 폭로가 나온 지 3개월 만이다.

군인권센터는 28일 서울 마포구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에서 폭행으로 사람이 숨이 멎고 기절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사건이 발생한 곳은 해병대 2사단 예하 대대다. 이곳 선임병들은 후임에게 소속 중대 인원의 기수를 전부 외우라고 지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타 중대 인원의 기수까지 외우게 하는 가혹행위를 했다.

특히 A 상병은 2022년 6월 19일부터 후임병을 때리기까지 했다. 그는 당시 B 일병과 함께 초소 경계 근무에 투입됐는데 B 일병이 다른 중대 선임의 기수를 외우지 못하자 뺨을 7~8대 때렸고 ‘너는 외우지도 못하니까 짐승이다’, ‘개처럼 짖어라’ 등 말을 하며 모욕감을 줬다. B 일병은 A 상병의 강요에 못 이겨 작은 소리로 ‘멍’이라고 했고 그러자 A 상병은 ‘그게 개 소리가 맞느냐’며 폭행을 지속했다.

가혹행위는 생활관에서도 이어졌다. A 상병은 근무가 끝나고 B 일병이 자신보다 먼저 군복을 갈아입었다는 이유로 B 일병보다 계급이 높은 일부 병사들을 깨워 샤워실로 집합시켰다. 그리고 B 일병은 알몸으로 차려자세로 서 있게 한 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사과하라고 지시했다.

22일 20시 B 일병과 초소근무를 하던 A 상병은 퀴즈를 하나씩 내고 B 일병이 틀릴 때마다 정답을 100번,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1000번 복창하게 했다. 그러고는 폭행을 시작했고 B 일병은 22시 30분경 근무가 끝난 뒤 교대를 앞두고 기절했다. 민간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B 일병은 새벽 1시경 의식을 찾았다. 당시 검사 결과 가슴 연골이 부어있었으며 통증이 심해 일어나지도 못했다고 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병대 연평부대 내 인권침해 및 구타, 가혹행위 관련 사건 내용을 밝히고 있다. 2022.4.25/뉴스1

센터는 폭행 사건에 대한 부대 측의 대응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B 일병은 부모님께 군 생활이 힘들다고 말했고 B 일병 아버지는 중대장에게 ‘아들이 군 생활을 힘들어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중대장은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고 B 일병에게 부모님이 걱정하신다며 연락을 자주 하라는 이야기만 했다고 한다.

B 일병은 병원에서 보복이 두려워 폭행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넘어졌다’고만 설명해 병원 측은 뇌전증을 의심하고 있었다. 센터 측은 부대 간부들이 폭행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병원에 이를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간부들은 B 일병 아버지가 도착하자 그제야 아버지에게 폭행 사실을 알렸고 B 일병 아버지를 통해 폭행 사실을 알게 된 병원은 그제서야 병동을 외과로 옮겼다고 한다.

폭행 이후에도 부대 측은 A 상병과 B 일병의 분리조치를 허술하게 해 A 상병이 “널 너무 강하게 키우려고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도록 방치했다. 또 일부 간부들은 B 일병에게 “일병 땐 누구나 다 힘들다”, “너 정신력 문제다” 등 2차 가해까지 했다고 한다.

센터는 “B 일병은 자칫하다 죽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심한 트라우마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며 “그러나 부대 측은 해병대라면 으레 견뎌내야 할 구타를 버텨내지 못한 병사 하나가 기절한 사건쯤으로 보는 것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센터는 “이 사건 외에도 해병대에서는 계속해서 구타, 가혹행위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가해자를 구속해 엄정수사하는 것은 물론 2차 가해를 저지른 주임원사 등에 대해서도 의법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해병대의 인권침해 사건 처리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책임자 전원을 엄중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