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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대한민국의 주인인가[김형석 칼럼]

입력 | 2022-07-29 03:00:00

‘광우병 파동’ 국민 우롱, 여태 사과 하나 없고
北선원 강제북송도, ‘살인마’라며 정당화만
지도자는 진실과 자유의 가치 구현해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나는 3·1운동과 더불어 태어났다. 동아일보 창간과 같은 해였다. 수많은 교육기관도 그즈음에 탄생됐다. 연희, 이화, 숭실, 고려대학도 그랬다. 그때부터 대한민국의 뿌리가 내리기 시작했다.

내가 열네 살에 중학생이 되었을 때, 부친이 남겨준 말씀이다. “네가 지금부터 긴 인생을 살아가겠는데, 항상 가정 걱정만 하면 네가 가정만큼밖에 자라지 못한다. 친구들과 좋은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면 그 직장의 주인이 되고, 그만큼 사회의 지도자가 된다. 그러나 언제나 민족과 국가를 걱정하는 사람은 민족 국가의 지도자가 되는 법이다”라는 교훈이다. 지금도 나는 부친의 가르침이 그 시대의 요청이었고 나라 사랑의 마음이라고 믿는다. 세대는 바뀌고 세월은 흘렀으나 그 정신이 민주국가의 길이다. 진실과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진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길과 과정이 너무 험하고 힘들었다. MB 정부 초기 ‘광우병 파동’ 때에도 그랬다. 몇 주동세력의 음모에 빠져 그렇게 많은 국민이 우롱당할 줄은 몰랐다. 미국에 사는 교포들이 ‘대한민국이 아프리카 같아졌다’고 걱정했다. 그 주동세력 배후에 있던 정치지도자는 미국의 한 명문대학에 머물면서 비프스테이크를 즐기고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주모자들은 진심으로 사과한 적이 없었다.

지금은 대우조선 파업을 계기로 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에 대한 국민의 회의와 우려심이 심각해지고 있다. 대우조선이 이번 파업으로 80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회사와 국가적 손실을 초래했는가. 그런데 나와 우리가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책임자는 없다. 오히려 주장이 관철되지 않으면 다시 투쟁과 파업을 감행할 수 있다고 나선다.

기업이 사원을 위해주는 일차적 의무를 소홀히 하고, 근로자들은 집단이기주의로 전락한다면 한국 산업과 미래 경제는 어떻게 되겠는가. 대화와 협력으로 상호간의 갈등을 줄이고, 공익성을 위해 해결하려는 애사심과 애국심을 왜 포기하는지 모르겠다. 공산주의자들은 정권을 장악할 때까지는 무조건 파업한다. 그러나 정권을 쟁취하면 노동자들은 파업은 물론 불평이나 비판도 못한다. 대한민국은 북한과 같은 폐쇄적이며 스스로를 국가의 노예로 삼는 국가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에서 화합과 협력으로 평화를 유지하면서 통일의 기반 구축을 최대과업으로 출범했다. 그러는 동안에 많은 것을 양보와 인내심으로 지속해 왔다. 그러나 국제 정세와 세계 역사의 과정으로 보아 남북 정부 간의 문제가 아님을 선진 국가들은 인정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동맹국인 미국은 물론 영국, 프랑스와 교황청까지 방문하면서 문제 해결을 모색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의 출발, 과정, 목적은 그 뜻과 상반되고 있었다. 문 정권은 대외적으로는 자유민주국가를 선양하면서 국내적으로는 친(親)북한정권, 반(反)북한동포의 양면정책까지 감행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북한이 대한민국을 무력으로 협박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국가적 자존심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군의 전력까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작금에는 피살 소각된 공무원을 자진 월북했다고 발표하는 과오를 범했다. 또 탈북해 온 두 선원을 정당한 절차나 심문 재판도 없이 포승줄로 묶고 안대까지 씌워 북송하면서 김정은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초청했다. 김정은은 아무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당시 청와대와 사건 당사자들은 두 선원에 대해 흉악범, 살인마 같은 최악의 단어를 써가며 북송을 정당화하고 있다. 두 탈북선원도 대한민국의 국민이며 동포이다. 그들의 인권을 무시할 권리를 누가 주었는가. 탈북선원 북송이 반인륜적이며 반민주적인 행위임을 알면서도 대북정책이나 대통령의 의도를 위해 감행했다면 그것은 국민을 지켜야 하는 주권자의 반국가적 범죄이다. 대한민국이 그런 국가가 돼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운 민주국가이며 진실과 정의가 바로 서는 정부이기를 원한다. 국민 모두는 처해 있는 위치에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국민이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을까’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버릴 것은 버리고, 책임질 일에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권과 이권을 위해 정치하는 사람들은 배제되어야 하고 민생을 해치거나 역행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층 지도자들은 진실과 자유에 따르는 창조적 정신력과 가치를 구현해 나가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창출해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것은 역사적 사명이기 때문이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