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증하는 가운데 다시 문을 연 서울역 임시 선별검사소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동아일보DB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요즘 의료계 사람들을 만나면 자주 받는 질문들이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이인 BA.5와 BA.2.75(켄타우로스)가 점차 확산되면서 불안해하는 의료인들이 많다.
최근 병원은 병원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각자 알아서 자율적으로 방역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혼란이 많다. 요즘엔 병원 입구에서 예전처럼 발열검사를 통해 고열이 있는 환자나 보호자들을 통제하지 않는다. 주민등록번호나 휴대전화 번호 등을 수집해 동선을 추적하지도 않는다.
당국의 대응도 미흡하다. 코로나19 검사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 임시선별검사소를 이달 말까지 70곳으로 늘리겠다고 했지만 28일 오후 2시 기준으로 14곳뿐이다. 또 검사와 진료, 처방이 한 번에 가능한 ‘원스톱 의료기관’도 이달 말까지 1만 곳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진척이 더디다.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중증 및 준중증 병상 수를 문제없이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다르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지자체로부터 중증, 준중증 병상을 확보하라는 통보를 받고 매우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병상만 확보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이에 따른 의료 인력과 의료기기 등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나 보상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4차 백신의 경우는 어떤가? 현재 국내에서 쓰이는 모더나와 화이자, 노바백스 등의 백신은 초기 코로나바이러스에 기초해서 만든 백신이다. 보건당국은 역학조사 결과 백신을 맞으면 안 맞는 것에 비해 위중증으로 악화되는 경우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조사 자료에 따르면 그 효과가 미미한 수준이다.
일부 면역학자들의 시각도 부정적이다. 2년 전에 나온 똑같은 백신을 4번 이상 맞을 경우 우리 몸에 면역학적인 이상 반응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면역학의 대가인 박성회 전 서울대 의대 병리학과 석좌교수는 “같은 백신을 4번 이상 맞을 경우 우리 몸에 침투하는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오히려 바이러스가 우리 면역세포에서 거꾸로 자라는 항체의존성 바이러스 증식효과(ADE)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외에도 같은 백신으로 인해 면역세포가 탈진 상태가 되면서 더 이상 항체를 만들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 면역회피(바이러스가 기존에 생긴 항체를 피하는 것)도 더 잘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자율방역만 강조하는 사이 위중증 환자들은 급격히 늘고 있다. 왜 자율방역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과학적인 근거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명하는 게 필요하다. 비과학적인 방역 혼란 때문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평소 강조한 ‘과학방역’이 대체 무엇을 말하는지 모를 판이다. ‘너무 나간 자율방역’보다는 정부의 지침이 어느 정도 반영된 ‘적당한 자율방역’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