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지난주 2년 만에 일본 고향을 가기 위해 후쿠오카(福岡)국제공항에 내렸다. 그리고 곧바로 ‘하카타의 음식과 문화 박물관’을 찾았다. 그곳은 일본에서 ‘멘타이코(明太子)’의 상품화에 앞장서 온 기업 ‘후쿠야’가 ‘멘타이코’에 관한 지식과 매력을 소개하는 아담한 박물관이다.
‘멘타이코’란 명태(明太)의 알(子)을 뜻하는데, 그것을 소금에 절인 후 고춧가루 등을 넣은 양념으로 맛을 가미한 일본식 명란젓을 말한다. 약간 고추의 매운맛이 나서 ‘가라시멘타이코(辛子明太子)’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국의 가족이 젓갈을 좋아해서 나는 두세 달에 한 번, 서울 중부건어물시장에서 젓갈을 사곤 한다. 낙지젓, 조개젓, 오징어젓…. 그중 하나가 명란젓이다. 명란젓은 한국에서 여러 젓갈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일본에서는 독립된 존재감을 과시하며 후쿠오카의 특산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나는 그 까닭을 알고 싶었다.
후쿠오카에 사흘간 머물었는데 나는 ‘멘타이코’를 소재로 한 것이 너무 많아 놀랐다. 어느 음식점에 가도 한두 가지는 ‘멘타이코’ 메뉴가 있었다. 멘타이파스타, 멘타이바켓, 멘타이고로케, 멘타이샌드위치, 멘타이돈코쓰라멘 등 후쿠오카 사람들이 ‘멘타이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같은 규슈 사람으로 부럽기까지 했다. 여러 가지를 먹어 봤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멘타이코 아이스케키’였다. 더위에 지쳤었는데 무척 시원했고, 매운 명란젓 맛의 여운이 묘하게 남았다.
이처럼 ‘멘타이코’가 지역의 인기 상품이 되기까지, 1949년 후쿠오카에서 처음 멘타이코를 상품화한 ‘후쿠야’의 창업자 가와하라 도시오(川原俊夫·1913∼1980) 사장의 존재를 뺄 수 없다. 그는 부산에서 태어나 성장했으며 종전 후 후쿠오카에 돌아와 식품업을 시작했다. 그 와중에 부산 초량시장의 건어물상에서 사먹었던 명란젓 맛이 잊혀지지 않아 재현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10년에 걸쳐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개선을 거듭했다. 그렇게 ‘멘타이코’는 서서히 후쿠오카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고, 1975년 도쿄∼하카타 간 신칸센이 이어지며 전국적으로 퍼져가게 됐다.
가와하라 사장은 ‘원조’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고, 제품의 특허등록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많은 가게가 ‘멘타이코’를 만들 수 있게 장려까지 했다고 한다. ‘멘타이코’가 지역의 특산품으로 자리 잡는 데 공헌이 작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그의 ‘멘타이코’와 지역이 함께 성장한 이야기는 ‘멘타이피리리(めんたいピリリ)’라는 제목으로 2013년 이후 TV 프로그램, 영화, 연극 등으로 반복해 만들어져 인기를 얻고 있다. 또 1974년에 쇼토쿠멘타이시(聖德明太子)라는 붉은색 멘타이코 캐릭터도 등장해 ‘멘체조’라는 특이한 춤을 추면서, 지금까지 후쿠오카와 멘타이코 홍보에 노력하고 있다.
현재 ‘가라시멘타이코’를 생산하는 전문 업체는 후쿠오카에만 약 200개고, 서로 경쟁하며 품질 유지와 새로운 제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멘타이코’는 후쿠오카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사랑받게 된 것이다. 일본의 온라인 사이트 ‘우리 랭킹(みんなのランキング)’ 7월 27일 자에 따르면 현재 ‘멘타이코’는 ‘후쿠오카를 떠오르게 하는 것’ 1위, ‘밥도둑’ 2위, ‘삼각김밥 속 재료’ 4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이즈미 지하루 일본 출신·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