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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 40줄 ‘노쇼’ 좌절 사장님 돈쭐…“200줄 선결제요”

입력 | 2022-07-29 09:29:0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게티이미지


김밥 40줄을 주문하고 사라진 손님 때문에 망연자실한 사장님의 사연이 알려지자 손님들이 몰려가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주고 있다.

28일 KBS보도에 따르면 지난 22일 서울 강동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사장 A 씨는 ‘노쇼’를 당했다. 당시 한 남성이 김밥 40줄을 포장 주문해 A 씨는 김밥을 다 만들어놓고 기다렸다. A 씨는 “코로나 터지고 혼자 근근이 버티고 있었는데 큰 주문이 들어오니까 너무 반가워서 신나게 만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끝내 손님은 나타나지 않았고 입금한다던 돈도 보내지 않았다. A 씨는 “다리에 힘이 쭉 빠지더라. 저 많은 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까 그냥 한참 앉아 있었다”고 했다.

이 같은 사연이 알려지자 A 씨를 향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손님들이 김밥 한 줄, 쫄면 한 그릇이라도 더 주문하는 등 ‘돈쭐’로 A 씨를 응원하는 것이다. A 씨는 “단골들이 일부러 들러서 응원도 해주고 같이 욕도 해 줘서 속이 다 시원하다”며 웃어 보였다.

특히 관내의 한 패션 회사는 강동경찰서 112상황실 지인을 통해 A 씨의 안타까운 상황을 접한 뒤 김밥 200줄을 주문했다. A 씨는 “혼자 운영하는 곳이라 1시간에 40줄밖에 말지 못하는데 200줄이나 말면 더운 날씨에 먼저 만든 김밥이 상할까 봐 100줄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패션 회사는 대량 주문을 하면서 김밥을 찾아가기로 한 날짜보다 하루 앞서 먼저 결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직원이 많아 보통 한 달 단위로 주문하고 월말에 계산했는데, 이번만큼은 전날 결제하기로 한 것이다. 패션 회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김밥집 사장님이 불안해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재료를 구매하기 전에 결제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A 씨에게 노쇼 행각을 벌인 남성 B 씨는 김밥집 외에도 꽃집, 카페, 중국 음식점 등 강동구의 소형 음식점들을 돌아다니며 허위로 대량 주문을 한 뒤 상습적으로 사라지는 행위를 일삼았다. 이 과정에서 B 씨는 다른 사람의 연락처를 자신의 연락처인 것처럼 거짓으로 남겨놓기도 했다. 경찰은 현재 B 씨의 행방을 쫓고 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