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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난 모르죠”…‘이모’ 김남국, 한동훈 총공세 나섰지만

입력 | 2022-07-29 11:10:00



28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계속 같은 질문을 막무가내로 퍼붓고 한 장관은 같은 답변을 거듭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급기야 답변을 가로막으며 언성을 높이는 김 의원에게 한 장관은 “호통치는 것이라면 듣겠지만, 답을 들으실 거면 답할 기회를 주셔야 한다”고 응수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하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업무가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에 이관된 것과 관련, 합당한 근거가 없다고 공세를 폈고, 한 장관은 청와대가 하던 인사 업무 일부를 정부 부처가 담당하면서 투명성과 객관성이 높아졌다고 반박했다.

김남국 의원은 ‘인사검증 범위와 대상 직급에 따라 검증 절차나 방법을 정한 내규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한 장관은 “내규가 있진 않다”며 대상에 대해선 “인사검증을 할 때 해당자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것에 맞춰서 하는 건 1차적으로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방법에 대해선 “그동안 해온 관례가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어떻게 관례로 인사검증을 하냐. 이렇게 전문성이 없어서 인사검증을 하겠냐. 내규가 있어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장관은 “지난 5년간 이렇게 해왔지 않냐?”고 하자, 김 의원은 “지난 5년간처럼 안하겠다고 (인사정보관리단을) 만드신 것 아닌가. 내규가 있어야지. 그럼 누굴 대상으로 한다는 건 어떻게 아냐”고 다시 물었다.

한 장관이 “(대통령실로부터) 의뢰를 받는 것을 하는 것”이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의뢰 받는 것을 한다는 것이 어디 있냐. 여기가 무슨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고”라고 비난했다.

한 장관은 “그럼 그동안 동네 구멍가게처럼 해왔다는 말씀이시냐? 그게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고, 김 의원은 “난 그걸 모르죠”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한숨을 내쉬며 “그 업무를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전 정부의 인사 업무를 이어받는 게 아니고 새롭게 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계속 공세를 이어갔고, 한 장관은 “업무의 수행 방식은 그대로 이어오고 있는 것”이라고 거듭 답했다.

김 의원은 “그럼 수행 방식을 그대로 이어온다 하더라도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인사검증을 하는지 있어야 하지 않냐?”고 또 다시 물었고, 한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하는 고위공직자 검증을 의뢰 받아 하는 것”이라고 재차 부연했다.

김 의원은 “의뢰하면 한다는 그런 황당한 말”이라고 하자 한 장관은 “그럼 우리가 알아서 할 순 없잖냐? 인사 추천을 안하는데 저희가 어떻게 대상을 정하느냐”고 되물었다.

김 의원은 “한 장관께서 인사검증단을 법부부에 설치하겠다 했을 때 ‘비밀리에 은밀하게 했던 것을 이제 평범한 공무원이 하는 통상의 업무로 하고 국회 견제 감시를 받겠다’하지 않았냐?”고 했고, 한 장관은 “지금 의원님께서 저에게 이렇게 질문하고 있지 않냐?”고 받아쳤다.

김 의원은 “질문하는 것에 의의가 있는게 아니라 구체적 답변이 나와야 그게 견제와 감시 기능이다. 질문하는 것에 대해 지금 내규도 정확히 없다 하고 설명을 못하면 어떻게 하냐?”고 다그쳤다.

한 장관은 “제가 충분히 설명 드리고 있지 않냐. 내규는 없고, 과거에도 없었고, 그부분은 메뉴얼이 아니라…”라며 말을 이어 가려는데, 김의원은 가로막으며 “아니 과거에 없었단 말이 어딨냐. 청와대에도 다 방법이 있었다. 인사검증 프로토콜과 절차가 다 있었다. 그 방법에 대해 설명해 보라는데 왜 설명 못하냐?”고 언성을 높였다.

한 장관은 “제가 지금 설명 드리려고 하는데 말을 끊고 있지 않냐”고 답했고 회의장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 의원은 질의시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한 장관의 답변을 가로막으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하는게 인사검증단의 업무냐?”고 호통을 이어갔다.

한 장관은 “위원님 호통치실 것이라면 제가 듣겠는데, 답을 들으실 것이라면 질문에 답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이어 한 장관이 “저희 업무는 1차적 검증을 하는 것이고, 그동안 민정수석실에서 하던 업무 그대로다. 인원도 상당부분 그대로 흡수를 했고, 그럼 저희는 대통령실에서 하는 주요 공직자 의뢰 받은 사람에 한해서 한다”며 말을 이어갈 때 김 의원이 다시 끊으며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라. 장관님이 모르시면 뒤에 계신 다른 분이 하라”고 가로막았다.

결국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개입해 “질의 시간은 끝났으니 법무부 장관이 답변을 피해가는지 어떤지는 국민들이 그 내용을 듣고 판단하실 것”이라며 한 장관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한 장관은 “범위에 대해 저희가 내용을 갖고 있지 않다. 대통령실에서 의뢰하는 사람에 한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단과 그에 준하는 고위공직자 중에서 대통령실이 의뢰하는 사람에 한해 하는 것이다. 저희가 인사추천 권한이 없는데 누구에 대해서 검증한다고 미리 정해 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고 다시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거기에 대해 어떤어떤 절차로 누구에게 어떤 동의를 받고 어떤 과정을 통해 보고서를 만든다는 프로토콜은 당연히 있는 것이고, 그건 과거에 해왔던 전례에 맞춰 운영하는 것이고, 이런 문제는 내규 할 만한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내규화 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만 업무의 프로토콜은 당연히 있고 그걸 지켜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건 기존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해왔던 방식이나 내규가 잘못됐다는 취지로 하는게 아니다. 이렇게 (인사검증 업무를)빼오면 투명성이 제고된다는 것이고, 방식은 그대로 가져와서 하는 건데 여기에 대해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지 이해가 안간다”고 덧붙였다.


SBS가 유튜브에 올린 두 사람의 공방 풀영상에서 댓글은 대부분 김 의원의 ‘이모’사건을 언급하며 국회의원들의 질의 수준을 지적했다. 누리꾼들은 “오늘도 한건 했네” “대화가 참 힘들어 보인다” “남의 말 안 듣는 재능이 있다” 등의 비난 댓글을 달았다.

지난 인사청문회 당시 김 의원은 익명을 표시하는 ‘이모 교수’를 한 장관 딸의 ‘이모’로 해석해 공세를 폈다가 망신을 당한 바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